'황금함대' 파트너로 K-조선 부상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한국이 설계·건조·정비에 이르는 함정 생애 주기 전반에서 미 해군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해양 안보 파트너(Maritime Security Partner)'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고 미 의회조사국(CRS)이 평가했다.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본격 검토 중인 미 해군에 한국은 단순한 '조선 기지'를 넘어 전략적 병목을 해소할 최우선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CRS는 지난달 20일 발간된 '미 해군 전력 구조 및 조선 계획(Navy Force Structure and Shipbuilding Plans)' 최신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군 함정 현대화 전략인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에 따라 2027 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부터 예산을 반영해 대규모 함정 증강에 나설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황금함대 구상은 기존 381척 전투함대 보유 목표를 잇는 차세대 미 해군 전력 확충 구상으로, 세부 구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보고서는 2023년 제시된 381척 보유 목표에 134척의 대형 무인 수상·잠수 플랫폼이 포함돼 있다며, 황금함대 역시 이와 같은 유·무인 통합 전력 구조를 전제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도 함께 소개했다. 다만 아직 세부 구성과 전력 배분이 확정되지 않아 정책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예산 폭증'보다 무서운 '구조적 병목'
CRS에 따르면, 미 해군이 추진 중인 함정 현대화 전략을 완수하려면 향후 30년간 매년 약 400억 달러(58조 원)의 함정 건조 예산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5년간(2020~2024년) 배정됐던 연평균 예산인 275억 달러(40조 원)와 비교해 매년 약 126억 달러(18조 원) 가량을 더 쏟아부어야 하는 규모다. 결과적으로 미 해군은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46% 많은 조선 재원을 장기간 매년 확보해야 하는 구조적 예산 부담에 직면해 있다는 게 CRS의 분석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국 조선 산업계의 구조적 병목 현상이다. 2024년 실시된 전면 점검 결과, 공격잠수함(SSN)과 알레이버크급 구축함(DDG-51), 극지 쇄빙선(PSC) 등 핵심 전력의 건조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자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함정을 설계할 전문 인력의 고갈과 숙련된 현장 노동자의 이탈, 그리고 노후화된 조선소 설비라는 '삼중고'가 겹친 결과다. 미국 내 조선 산업 기반이 심각한 설계·인력·설비 병목에 직면해 있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계획된 시기에 함정을 인도받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게 CRS의 평가다.
◆ '선체 분할 건조' 등 현실적 협력 시나리오
이에 따라 CRS는 조선 능력 확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 활용을 명시했다. 보고서는 해외 조선소 활용을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운용 모델 선택'의 문제로 제시한다.
한국과 관련해선 ▲'선체 분할 건조(Split-Build)' 방식을 통해 한국에서 선체 블록을 제작하고 미국 내 조선소에서 최종 통합 및 무장 장착을 수행 ▲보급함·수송선·해양감시함(TAGOS)·시험선 등 비전투함 중심의 협력 확대 ▲한국·일본 조선소의 모듈화·공정관리·인력훈련 경험을 미국 조선소에 이전하는 산업기반 강화 협력 등이 현실적 시나리오로 제시됐다. CRS는 한국 조선소의 높은 생산성과 모듈화 역량, 비교적 낮은 인건비를 강점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함정 설계 자산 및 민감 기술에 대한 '기술 통제(Technology Guarding)' 수준에 따라 실질적인 협력의 폭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리스크로 지적했다.
◆ 주권 외주화 반대 여론과 '지역구 정치'가 변수
다만 미국 내 정치적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미국 조선업계와 노동조합은 조선 외주화는 곧 주권 외주화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조선소가 집중된 지역구 의원들은 자국 산업기반 약화를 우려해 해외 조선소 활용에 부정적이다. CRS는 이러한 '지역구 정치(district politics)'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해외 조선소 활용이 실제로 가능하더라도, 보안 규정과 기술 통제 체계가 강화되면서 초기 협력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단순 하청 넘어 '전략적 해양 거점'으로
그럼에도 CRS는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를 단순 하청이나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미국의 해양 전략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콕 집어 '미국의 국방 산업 기반(DIB)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전략적 파트너십(Strategic Partnership)'으로 정의하며, "한국의 세계적인 선박 제조 역량은 미국이 직면한 설계 및 공정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식 '생산성 중심 설계(Design for Producibility)'와 고도화된 모듈화 공법이 미국 내 함정 건조 기간을 단축할 핵심 자산으로 한국이 단순한 하청 기지를 넘어 미 해군 전력 증강의 '기술 및 공정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CRS는 "동맹국 조선소의 활용은 비용 절감을 넘어 미 해군의 글로벌 전력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특히 한국은 함정의 생애 주기 전반(설계·건조·정비)에서 미 해군과 협력할 수 있는 '해양 안보 파트너'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