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의 역량 한계, SSD가 보충"
"저장장치가 AI 보조 메모리로 격상"
"HDD 리드타임 2년, 기다릴 여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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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투자은행 JP모간이 NAND(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이른바 '슈퍼사이클' 도래를 주장했다. 이번 사이클의 핵심은 인공지능(AI) 추론 수요가 끌어올리는 기업용 SSD(NAND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저장장치)로 과거 스마트폰·PC 출하량에 좌우되던 주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그 요지다.
◆'슈퍼사이클論'
JP모간의 아시아·태평양 기술조사팀은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NAND 시장의 잠재시장규모(TAM)의 연평균 증가율이 향후 3년 동안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최선호주로 일본 메모리업체 키옥시아(285A)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장기적으로 유망한 종목으로, 삼성전자(005930)는 단기 추격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제시했다.

관련 분석에 따르면 NAND 시장의 성장 전망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띤다. 과거에는 이른바 비트 출하량(출하된 메모리 칩의 총저장용량을 비트 단위로 환산한 값) 증가가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을 상쇄하는 구조였다. 지난 25년 동안 NAND의 TAM 연평균 증가율은 7~12%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ASP 자체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게 JP모간의 분석이다. 올해 비트 수요 증가율은 21%로 전망되는데 예상 공급 증가율은 3%에 그쳐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NAND 업계의 소위 '종합 ASP(각 제품군의 ASP를 판매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값)'는 작년보다 4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후년에는 반전이 예상되지만 낙폭이 2%에 그치는 등 고가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분석가들은 작금의 메모리주 시세 급등 현상은 과거의 단순한 주기성을 걷어내고 'AI가 추동하는 성장의 속성'을 부여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작년 1월 이후 세계 메모리 업종 주식의 시가총액은 현재까지 242% 급증한 가운데 AI 추론에서 필수재로 올라선 SSD의 지위를 고려하면 아직 재평가는 끝나지 않았다고 봤다.
◆3가지 이유I
JP모간은 SSD가 필수재의 지위를 갖게 된 첫 번쨰 배경으로 AI 추론 수요로 'AI용 보조 메모리 장치'로 격상됐다는 점을 들었다. 아직까지 주식시장에는 AI 수혜가 DRAM, 특히 HBM에 집중되고 NAND는 조연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남아있지만 이는 AI의 '훈련' 단계까지만 본 데서 비롯된 시각이라는 설명이 따른다.
훈련과 추론의 요구 사항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훈련에서는 대량 데이터를 병렬 처리해야 하므로 연산력과 대역폭이 핵심이고 GPU 바로 위에서 데이터를 대량 공급하는 HBM이 주역을 맡는다. 그러나 추론에서는 지연시간과 컨텍스트가 관건이다. 대형 모델이 사용자 질문에 실시간 응답하려면 방대한 파라미터를 빠르게 검색해 토큰을 생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AI 모델의 컨텍스트 윈도우(AI 모델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토큰<텍스트 단위>의 최대 개수)가 확장되면서 HBM 용량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해법은 본래 HBM에 상주해야 하는 KV캐시(이전 토큰들의 문맥 정보를 저장한 중간값)를 외부로 내보내는 'KV캐시오프로딩'이다. GPU 옆에서 고속 통로로 직결된 SSD가 데이터를 받아 HBM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엔비디아가 'CES 2026'에서 공개한 '블루필드-4 DPU 기반 ICMS 플랫폼'에서 관련 기술이 구현된다. GPU가 CPU를 우회해 SSD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되면, GPU에 직결된 SSD가 넘쳐나는 KV 캐시를 받아 HBM의 부담을 덜어준다. JP모간은 이로써 SSD가 단순 저장장치에서 HBM을 보조하는 메모리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SSD의 지위 격상은 가파른 성장세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24년 기업용 SSD 비트 출하량은 전년 대비 86% 급증해 2012년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JP모간에 따르면 AI 서버 1대당 저장용량 수요는 70TB 이상으로 범용 서버(약 20TB)의 3배를 넘는다. 2027년에는 기업용 SSD가 글로벌 NAND 비트 수요의 48%를 점유해 스마트폰(30%)과 PC(22%)를 제치고 최대 응용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3가지 이유II
JP모간이 꼽은 두 번째 배경은 HDD 공급난이 촉발한 강제 대체 수요다. 기업용 SSD의 급성장을 떠받치는 것은 AI 신규 수요만이 아니라는 거다. 기존 스토리지 시장에서 HDD를 밀어내는 전환 수요도 가세한다.

HDD 업계는 증산 여력을 잃은 상태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메모리 시장이 침체하면서 시게이트(STX)·웨스턴디지털(WDC) 등 주요 업체가 설비투자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AI가 데이터 저장 수요를 폭증시켰을 때 이들은 이미 단기 대응이 불가능했다. 트렌드포스와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대용량 니어라인(데이터센터 백업·아카이브용) HDD의 납품 리드타임은 현재 2년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고객사에는 선택지는 없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HDD를 기다릴 수 없으니 NAND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QLC(쿼드레벨셀; 셀 하나에 4비트를 담아 용량을 극대화)'로 불리는 대용량 SSD에 기회가 됐다. QLC SSD 가격은 여전히 HDD의 6~8배지만 AI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재고 확보'와 '성능'이 '가격'보다 우선한다. SSD의 에너지 효율과 공간 효율도 전력·냉각 요건이 엄격한 AI 데이터센터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따른다.
▶②편에서 계속됨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