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과제 분명…수출 회복 발판 '소비·투자·고용' 균형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지표는 얼핏 보면 '회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산업 생산은 증가세를 보이고,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물가 상승률도 고점을 지나 둔화 흐름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경기 바닥을 다졌다"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지표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림은 단순하지 않다. 수출과 생산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반면, 내수와 고용, 소비심리는 동시에 식어가고 있다. 경기 회복의 신호와 구조적 불균형의 징후가 한 화면에 겹쳐진 모습이다.

먼저 생산과 수출이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의 저점 통과 기대와 맞물려 수출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 특유의 '수출 주도 회복' 패턴이 다시 작동하는 듯하다.
문제는 내수다. 소비심리지수는 여전히 기준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 부동산 시장 조정, 실질소득 회복 지연이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생산과 수출이 늘어도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다.
고용 지표 역시 경고음을 낸다. 취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폭은 빠르게 줄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서비스업 고용의 회복세는 미약하다. 수출 대기업과 일부 제조업의 실적 개선이 고용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 흐름도 양면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이는 수요 회복이 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생활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고, 체감 물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물가 안정'이 곧바로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결국 현재의 한국 경제는 '좋은 지표'와 '불편한 현실'이 공존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수출이 경기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내수와 고용이 받쳐주지 못하는 구조다. 과거에도 반복됐던 익숙한 장면이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와 산업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수까지 겹쳐 있다.
정부 정책의 과제는 분명하다. 수출 회복을 발판으로 삼되, 소비·투자·고용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단기 부양책보다 가계 부담 완화,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 민간 투자 유인 강화가 중요하다. 고용 역시 숫자 확대보다 질 개선과 지속성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지표를 '회복의 시작'으로 볼지, '불균형의 경고'로 읽을지는 정책 대응에 달려 있다. 수출이 살아난 지금이야말로 내수를 살리고 구조를 손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회복의 문턱이 아니라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