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중국이 일본을 겨냥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희토류 등 이중용도 물자에 대한 수출 금지에 이어 반도체 핵심 소재를 겨냥한 반덤핑 조사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중국의 대일 압박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을 계기로 불거진 중일 갈등이 외교·안보를 넘어 산업과 기술 패권 경쟁 단계로 진입했으며, 나아가 미일 동맹의 실질적 결속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압박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서 어디까지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위해 어느 선까지 중국과 맞설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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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대일 압박 엑셀러레이터
중국은 먼저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희토류를 포함한 군사적 전용 가능 물자인 이중용도 품목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한 희토류를 전략 무기로 활용해 일본을 정조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자동차·방위산업 등 핵심 제조업 전반이 직접적인 압박에 직면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반도체 제조 장비, 정밀 기계, 미사일·위성 유도 장치 등 민군 양용 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일본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2010년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 제한 당시에도 일본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가격 급등을 겪은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확보와 제3국 조달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원가 상승과 납기 지연, 투자 계획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별로 보면 파장은 더욱 선명하다. 반도체·전자 산업은 첨단 패키징용 소재와 희토류 기반 자석, 화합물 조달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일정 전반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분야는 모터용 희토류 자석과 센서, 파워반도체 관련 부품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 가격 변동과 설계 변경 비용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방위·우주 산업 역시 정밀 기계와 특수 합금, 위성·미사일 관련 전자부품 일부를 중국산에 의존해 온 만큼 방위력 증강 계획의 비용 상승과 일정 지연이 우려된다.
중국의 압박은 하루 만에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중국은 7일 일본산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디클로로실란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로,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수출 통제에 이어 통상 조사까지 잇따라 꺼내 들면서,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경제적 압박 수위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미일 결속의 시험
문제는 일본의 대응 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조치에 항의했지만, 즉각적인 보복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서 중국산 부품과 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중국 시장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은 중국과의 마찰이 커질 경우,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압박을 완화해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미중 관계가 비교적 안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이 일본을 위해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 일본 외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외교는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다진 뒤 중국과 마주하는 패턴을 따랐다"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매개로 중국과 협상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중국과 직접 외교에 나서거나, 일정 기간 압박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일 동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시험받고 있다. 동맹이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는지가 중국의 압박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 트럼프의 선택은
이 국면의 최종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희토류 문제와 관련해 "세계의 이익을 위해 해결했다"고 강조하며, 중국과의 갈등을 관리하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우선순위는 중국과의 전면 충돌이 아니라, 자국의 공급망 안정과 전략적 이익 확보에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도 이런 기조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일본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일본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의미 있는 대화'였다고 평가하며 가급적 이른 시기에 방미 의사를 밝혔다. 중국의 조치 이후에도 일본 외무성 고위 당국자가 미국 측과 협의하며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의 압박이 추가로 강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경우 미중 관계 관리라는 큰 틀이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일본에 자제를 요구할 경우 미일 동맹의 신뢰도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일본을 향한 압박인 동시에, 미국을 향한 질문이다.
미일 동맹은 위기 국면에서 실제로 작동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이해관계 앞에서 일본을 어디까지 지지할 것인가.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 선택의 무게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