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후임자인 그레그 에이블이 버크셔 헤서웨이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취임했다.
당분간은 버핏의 후광이 에이블을 감쌀 테지만 그에게 남겨진 숙제는 적지 않다. 당장에는 버크셔 내 넘쳐나는 현금(3580억 달러)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현지 시간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이블 앞에 놓인 궁극적인 숙제는 스스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표본임을 입증하는 것, 버핏 못지 않은 주식 선구안을 가졌음을 주주들에게 확인시키는 것일 게다.
당장의 초점은 역대급으로 쌓인 현금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12개 분기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 최근 2~3년 부풀어 오른 뉴욕 증시 밸류에이션은 버핏의 눈에 마뜩치 않았다.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문을 남긴다는 그의 철학과 어울리지 않았다. 현재 S&P 500 기업 주가는 순 자산 가치의 5배에 달한다.
많이 오른 종목을 내다판 다음에는 재투자에 나설 종목을 찾아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장 밸류에이션 전반이 적절치 않다는 게 버크셔 경영진의 판단이었디다.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현금은 작년 9월 말 기준 3580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렇게 많은 현금의 상당 부분은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 국채에 고여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내릴 경우 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에이블 CEO에게는 자신의 제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총탄이 역대급으로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대로 한방 터뜨리면 주주들의 의구심을 단번에 불식시킬 수도 있다.
다만 월가의 소식통들 사이에선 증시가 대거 폭락하지 않는 한 에이블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발 늦은 묘수가 성급한 패착보다는 안전한 측면도 있다.
실제 에이블은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현금 재고는 시장이 침체할 때 완충 역할을 하는 엄청난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버크셔로 남아있을 것이며 워런과 그의 팀이 과거 60년 동안 할당한 자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버크셔가 배당금 지급에 현금을 사용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현금으로 배당금을 지급한 경우는 1967년 주당 10센트 지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에이블의 투자 경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게 없지만, 철옹성같은 대차대조표를 최우선시하는 버핏의 투자 원칙을 신봉하는 인물이라 한다.
버핏은 난세에 대비해 자금을 비축하는 건전 대차대조표를 중시했고 이에 대한 자긍심도 컸다. 금융위기 상황에서 그가 버크셔의 자금력을 동원해 골드만 삭스, 제너럴 일렉트릭같은 기업에 구명줄을 던진 일화도 유명하다.
버핏은 2024년 주주총회에서 에이블이 "자신만의 자본 분배 결정을 잘 감당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는 비즈니스를 아주 잘 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면 보통주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버크셔의 주주들 사이에선 에이블이 제2의 버핏이 되려고 노력해야할 이유도, 굳이 그렇게 해야할 필요성도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버핏이 앞서 계획했던 자신의 퇴임 후 버크셔의 방향성과도 맞물려 있다. 버핏은 간섭하지 않는 매니저로 유명하다. 버크셔는 몇 명의 최고 중역진만을 두고 자율적인 자회사들로 구성된 분권적 기업이다. 누가 선장을 맡든 이러한 기업 문화는 유효하다.
버핏은 버크셔의 현재 규모는 과거보다 투자 결정에서 더 신중해져야 함을 보여준다며 덩치가 불어난 상태라 회사의 향후 성장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히기도 했다.
즉 에이블은 버핏의 전승기 때와는 다른 버크셔를 물려받은 것이다.
셈퍼 아우구스투스 인베스트먼츠 그룹의 크리스 블룸스트란 사장은 "그레그(에이블)는 버크셔에 자신의 족적을 남길 것"이라며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에이블과 버크셔의 인연은 버크셔가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지분 75%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의 사장으로 있던 에이블은 버크셔의 인수와 함께 버핏호에 승선했다.
이후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버크셔 헤서웨이 에너지로 이름을 바꾸고 에이블 체제 하에서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키워 미국 중서부 최대 에너지 업체로 자라났다. 2018년부터 에이블은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을 총괄하다, 공식 후계자로 지명돼 1일부터 버크셔의 새 CEO 자에 올랐다.

kongsikpar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