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뉴스핌] 남정훈 기자 = KB손해보험이 오랜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며 다시 상위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범실 수에서는 다소 앞섰지만, 공격과 리시브, 경기 운영 전반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완성도 높은 경기를 펼쳤다.
KB는 18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9, 25-21,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KB는 길었던 4연패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동안 KB는 홈과 원정에서 극명한 성적 차이를 보였다. 이번 시즌 홈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했지만, 원정에서 흔들리며 연패가 길어졌다. 실제로 4연패 기간 중 3패가 원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날 홈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흐름을 장악하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 승리로 KB는 홈 6승 2패, 원정 2승 6패를 기록하게 됐다.
성적표도 단숨에 달라졌다. 시즌 전적 8승 8패로 다시 5할 승률을 맞춘 KB는 승점 25를 확보하며 3위로 올라섰다. 2위 현대캐피탈(승점 26)을 바짝 추격하는 동시에, OK저축은행(승점 23), 한국전력(승점 22)과의 촘촘한 상위권 경쟁 구도 속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KB 입장에서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경기'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중심에는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있었다. 비예나는 1세트부터 3세트까지 기복 없는 공격력을 선보이며 24득점을 기록했고, 공격 성공률은 65.52%에 달했다. 이는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자 최고 공격 성공률이었다. 여기에 블로킹 3개, 서브 에이스 2개까지 보태며 공수 전반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예나를 중심으로 한 공격 옵션도 다양하게 전개됐다. 모하메드 야쿱(등록명 야쿱·12점)과 나경복(9점)이 좌측에서 힘을 보탰고, 세터 황택의는 상황에 맞는 토스로 공격 루트를 고르게 활용했다. 특히 파이프 공격을 효과적으로 섞어 삼성화재의 블로킹 조직을 흔들며 경기 주도권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레오나르두 카르발류 KB손해보험 감독은 "전반적으로 우리 팀의 밸런스가 좋았던 경기였다"며 총평을 내렸다. 그는 "우리 쪽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반대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잘 공략했다. 사이드 아웃 상황에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렸고, 그 과정에서 나경복과 야쿱의 파이프 활용이 승부를 갈랐다"라며 "전체적으로 상대보다 균형이 더 잘 잡힌 경기였다"라고 설명했다.

범실 수는 KB가 22개로 삼성화재(18개)보다 많았지만, 감독은 수치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카르발류 감독은 "범실은 숫자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라며 "공격 범실은 8개로, 세트당 3개 정도에 불과했다.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브 범실이 14개였지만, 그 과정에서 서브 에이스도 7개가 나왔다. 비율로 따져보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대목은 리시브 효율의 회복이다. KB는 올 시즌 리시브 효율 27.79%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35.19%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반등을 보였다.
다만 카르발류 감독은 성급한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오늘 리시브가 잘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냉정하게 보면 상대의 서브가 아주 위력적이진 않았다. 단순히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서브 성공률과 서브 유형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남자배구에서는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다. 오늘 경기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라며 다음 경기를 향한 과제를 분명히 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