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BBC는 1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총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BBC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미 대선 직전 BBC가 방영한 '1·6 의회 폭동' 관련 다큐멘터리가 자신의 발언을 짜깁기 편집해 마치 자신이 폭력을 선동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 대변인은 이날 "이전에도 밝혔듯이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행 중인 법적 소송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BBC는 미 대선 약 일주일 전인 작년 10월 28일 '트럼프 : 두 번째 기회?(Trump : A Second Chance?)'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 의회 폭동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각종 민·형사 소송, 공화당 내 위상, 당선 가능성 등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이후 미국은 물론 영국 일각에서도 다큐멘터리 내용, 특히 트럼프가 1·6 의회 폭동과 관련해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식으로 왜곡 편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측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BBC가 허위이며 명예를 훼손하고 기만적이고 비하적이고 선동적이고 악의적인 묘사를 했다"며 "대통령 선거 일주일 전에 피고(BBC)가 이를 방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도록 선거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비열한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자신도 이날 백악관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한 데에 대해 BBC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BC 측은 올해 들어 내·외부 비판에 대한 자체 검토를 벌였고, 지난 11월에는 오류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측에 공식 사과했다. 이후 팀 데이비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뉴스·시사 총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다만 BBC 측은 "악의적으로 편집을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배상 요구는 거부했다.
영국 정부는 이 사안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번 소송에 대해 "BBC 자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