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경찰 포함 다수 부상...반유대주의 동기 수사 중
총격 피해 바다로 뛰어들고 인근 까페로 대피한 시민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호주 시드니 유명 관광지인 본다이 비치에서 14일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나인뉴스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현지시각 14일 저녁 6시 45분경 본다이비치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했고, 사망자에는 총격범 2명 중 1명이 포함됐다. 이번 총격은 약 9분간 이어졌으며, 경찰은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했다.
수천 명이 현장에서 대피하는 과정에서 29명의 부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현재 본다이 비치에서는 대규모 긴급 대응 작전이 진행 중이다. 부상자 중에는 2명의 경찰관도 포함됐다.
나인뉴스의 데이미언 라이언 기자는 현장에서 부상당한 어린이들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호주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7시 직전, 보행자용 다리 위에서 두 남성이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변에서 달아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바다로 뛰어들거나 인근 상점과 카페로 몸을 피했다.
경찰은 오후 7시 직전 "상황이 진행 중인 사건(developing incident)"이라며 해당 지역을 피하라는 경보를 발령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총격범 2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1명은 경찰에 의해 신병이 확보됐다.
이후 경찰은 해변 인근 다리에서 실제 작동 가능한 폭발물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지 경찰 대변인은 "현장 인근에서 다수의 수상한 물품이 발견돼 전문 요원들이 조사 중이며, 출입 통제 구역이 설정됐다"고 밝혔다.
◆ 유대인 축제 '하누카' 열리던 현장..."이번 공격은 테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한 곳인 본다이비치는, 따뜻한 주말 저녁을 즐기려는 현지 주민과 관광객으로 붐비던 상황이었다. 특히 이날 사건 발생 당시 본다이 비치 파크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하누카 바이 더 씨 2025(Chanukah by the Sea 2025)'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하누카 바이 더 씨(Chanukah by the Sea)'는 매년 시드니 본다이 비치 인근에서 열리는 유대교 명절 하누카 기념 행사로, 어린이와 가족을 중심으로 공연과 놀이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는 지역 축제다. 유대인 공동체가 종교적·문화적 전통을 공개적으로 기념하는 평화적 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날 축제에는 약 3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변과 주변 지역에는 수천 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총격 사건이 해당 행사 장소 인근에서 발생하면서, 현장을 찾았던 유대인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크리스 민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총리는 "이번 공격은 시드니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고 밝혔다. NSW 경찰 역시 이번 사건을 공식적으로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하누카 첫 번째 촛불을 밝히기 위해 해변에 모였던 유대인들이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난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대교 회당, 건물, 차량 등을 겨냥한 반유대주의 공격이 잇따라 발생해왔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이는 지난 2년간 호주 거리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적 광기의 결과이며, '인티파다를 세계화하라'는 선동적이고 반유대적인 구호가 오늘 현실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유대인 최고 대표기구인 호주 유대인 집행위원회(ECAJ)의 공동 최고경영자 알렉스 리브친은 스카이 뉴스에 "만약 우리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표적이 됐다면, 그 규모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이라며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언론 담당 보좌관이 이번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본다이비치에서 하누카 파티 중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 희생자들의 죽음에 대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기로 한 호주 정부의 결정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에서 "반유대주의 테러는 국경을 모른다. 하지만 유대인에 대한 테러를 합법화한 것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발표한 호주 정부이며, 살해된 이들의 피는 호주 정부의 손에 묻어 있다"고 말하며 현지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호주는 지난 9월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다고 발표한 여러 나라들 가운데 하나였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했으며, 이번 총격을 "참혹하고 파괴적인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2014년 12월 15일 시드니 도심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에서 단독 범인이 18명을 인질로 잡았던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정확히 11년 만에 일어났다. 당시 16시간 넘는 경찰과의 대치 끝에 인질 2명과 범인이 사망했는데, 해당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 연계 인질 사건으로, 호주 내 테러 대응과 공공 안전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을 남긴 사건이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