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김환기의 미공개 드로잉 11점이 케이옥션 경매를 통해 출품된다.
12일 케이옥션은 "2025년의 마지막인 12월 경매에 김환기, 유영국,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등 총 114점, 약 160억 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의 표지작은 유영국의 작품 '워크(Work)'가 장식했다. 1984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작가의 후기 미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으로,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 구조 위에 타원형의 분화구와 완만한 능선으로 단순화된 거대한 산이 하나의 색면처럼 자리하며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또 다른 대표작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정물화 '딸기가 있는 풍경(Nature morte aux fraises)'은 르누아르 예술의 완숙기인 1905년경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풍요로운 색채 감각과 더불어 20세기 미술 시장을 주도했던 전설적인 거상 앙부르아즈 볼라르가 작가로부터 직접 구입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작품에 압도적인 가치를 더한다.특히 이 작품은 인상주의 시대의 전설적 거상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르누아르로부터 직접 취득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이 작품은 폴 로젠버그의 컬렉션에 포함된다.

로젠버그는 피카소와 마티스를 전담하며 2차 대전 이후 뉴욕 미술 시장을 부흥시킨 인물로, 그가 1949년 뉴욕 전시에 이 작품을 출품했다는 것은 이 그림이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미술관급 작품으로 인정받았음을 시사한다. 추정가는 별도문의이나 경매는 8억5000만 원에 시작할 예정이다.
르누아르 작품 외에도 마르크 샤갈, 알렉스 카츠, 탐 웨슬만, 니콜라스 파티 등 서양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함께 출품되어 글로벌 블루칩 작품군에 대한 수요 확대를 반영한다.
한국 근현대 미술 부문에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의 단색화 그리고 현대 추상에 이르기까지 김환기, 유영국,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등 한국 추상의 핵심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어 한국 추상 70년의 흐름을 조망한다.
특히 홍익대 교수였던 김환기에게 1961년부터 1962년까지 직접 지도를 받으며 함께 시절을 지낸 한 제자가 60여년 소중히 간직해온 드로잉 11점이 출품된다.
드로잉 11점은 김환기가 홍익대 미대에서 실기 지도를 맡던 시기, 그의 연구실에서 약 1년 3개월간 지도를 받았던, 당시 홍익대 3학년이었던 소장자가 60여 년간 간직해온 작품들이다.

작품 구성을 살펴보면 1956년 파리 체류 시기에 제작된 드로잉부터 1959년 서울로 돌아온 후의 과슈 작품까지 다양하다.
엽서 크기의 작은 화면 위에는 김환기 특유의 푸른 색조와 달, 산, 매화 등 한국적 서정이 자유로운 필치로 담겨 있다. 이는 김환기가 뉴욕 시기로 넘어가기 전, 구상과 추상이 혼재하던 시기의 조형 실험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출품작은 작가의 손에서 제자의 손으로 직접 전해져 60여 년간 간직되어 온 것으로, 김환기의 대형 캔버스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인간적인 면모와 따뜻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야요이 쿠사마의 회화와 판화를 포함하여 한국 여성 작가 천경자, 최욱경의 주요 작품이 출품된다. 두 작가 모두 한국 근현대 여성미술의 핵심 축을 이루는 인물로, 최근 재평가 흐름과 시장 수요의 증가가 두드러진 분야다.
여성작가 비중의 확대는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강화되는 다양성·포용성 흐름과 맞물려 있으며, 국내 컬렉터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매 출품작을 경매 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오는 13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12월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작품 관람은 무료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