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하의 노래 리메이크로 재조명
영화와 드라마 통해 옛 노래들 귀환
신구세대 잇는 세대통합 코드로 자리매김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와 드라마, 예능,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이 1970~1980년대 노래를 소환하면서 '7080 음악'이 대중음악계를 풍미하고 있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현재 세대와 과거 세대를 잇는 '세대 통합 코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 '어쩔수가없다'와 SBS '우리들의 발라드', JTBC '싱어게인4'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앞장서면서 '7080 음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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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KBS 1TV '백 투 더 뮤직 시즌 2'의 한 장면. 8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이은하를 조명했다. [사진 = KBS] 2025.12.10 oks34@newspim.com |
▲ 1980년대 명곡, '이은하·장덕'의 감성도 재조명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날 위해 슬퍼 말아요/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의미를 잃어버린 그 표정/ 날 사랑하지 말아요/ 너무 늦은 얘기잖아요/ 애타게 기다리지 말아요/ 사랑은 끝났으니까…'. 7080 리바이벌 흐름 속에서 특히 주목받는 곡은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1986)이다.
이은하의 실제 이별 경험을 토대로 장덕이 작사·작곡하여 작사 크레딧을 이은하에게 선물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 노래다. 천재적인 실력의 소유자였던 장덕의 감성과 이은하의 가창력이 더해져 발표 당시에도 인기가 높았다. 1980년대 탁월한 노래가 많은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선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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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의 한 장면. [사진 = SBS 화면] 2025.12.10 oks34@newspim.com |
여기에 KBS 1TV '백 투 더 뮤직 시즌 2'는 '유방암·쿠싱증후군 투병'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는 '디스코의 여왕' 이은하를 조명했다. 청소년 시절 데뷔하여 아버지 빚으로 생계형 가수로 살아야 했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젊은 세대에게까지 감동을 줬다.
▲ 영화·드라마가 부른 '옛 노래의 귀환'
최근 가장 강렬한 음악적 인상을 남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다. 극 중 이병헌·이성민·염혜란의 '삼자대면'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조용필의 '고추잠자리'(1981)는 블랙 코미디적 연출과 맞물리며 영화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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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90년대 음악을 소환한 드라마 '태풍상사'. [사진=tvN] 2025.12.10 oks34@newspim.com |
드라마에서도 7080 음악이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넷플릭스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는 1960~90년대를 아우르는 시대극답게 매회 한국 대중음악의 아카이브를 여는 듯한 음악 연출을 보여줬다. 타이틀로 쓰인 김정미의 '봄'(1968)을 비롯하여 산울림 '너의 의미'(1984)·'아니 벌써'(1977),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1991)가 조명받았다. 전 세대가 같이 보는 드라마였던 '폭싹 속았수다'를 본 10대에게 '과거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얼마 전 끝난 tvN 드라마 '태풍 상사'는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1993)를 오프닝에 활용해 1997년 IMF 시절의 정서를 노래 한 곡으로 압축했다. 이후 클론의 '난', 더 블루의 '그대와 함께' 등 90년대 중후반 노래들이 시청자들을 그 시절로 초대 했다.
▲ 예능도 너도나도 '7080 리바이벌 프로젝트'
예능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복고 코드를 꺼내 든다. MBC '놀면 뭐하니?'는 '80s MBC 서울 가요제'를 재현해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조용필의 '모나리자' 등 '80년대 청춘의 명곡'을 소환했다. SBS '우리들의 발라드'는 참가자들의 선곡을 통해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1986),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1991), 임재범의 '너를 위해'(2000) 등이 재조명됐다. 여기에 김광석과 공일오비 등의 노래도 소환됐다. JTBC '싱어게인4' 역시 7080 노래를 들고 나온 참가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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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 [사진 = SBS] 2025.12.10 oks34@newspim.com |
▲ 왜 지금 7080 노래인가?
대중문화평론가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복고의 재소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팝칼럼니스트 이종성은 "아이돌 그룹이 중심으로 이루어진 K-팝 노래들은 감상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7080 노래들은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놓고 감상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7080 음악이 '과거의 흘러간 명곡'에서 벗어나 1020 세대도 감상할 수 있는 '현재형 음악'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