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한계 속 '블랙홀' 메타버스 탈출
메타버스 실패 후 AI로 전략적 초점 이동
미즈호 "EPS에 2달러 추가 효과 전망"
AI 투자로 인한 수익성 개선 아직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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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① 메타버스에서 AI 웨어러블로 자원 재배치 본격화>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마크 저커버그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메타버스 프로젝트가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메타 플랫폼스(종목코드: META)의 메타버스 사업 축소 소식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회사의 전략적 방향 전환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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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 AI 플랫폼 [사진=블룸버그] |
포레스터의 마이크 프룰로 부사장은 지난 4월 이미 이러한 전환을 예견했다. 그는 메타가 '호라이즌 월드' 등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연말 전에 폐쇄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리얼리티 랩스 부문을 "여전히 '밑빠진 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을 접는다면 "라마, 메타 AI, AI 안경 등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버스 사업은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원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동의 개인정보와 안전이 가상세계에서 침해됐다는 감시단체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메타가 몰입형 메타버스 비전을 대중에게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게이밍 커뮤니티를 넘어 확장하는 데도 난항을 겪었다.
◆ AI에 쏟아붓는 720억 달러...새로운 집착인가, 전략적 전환인가
메타는 올해 AI 분야에 약 72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1년 이후 메타버스에서 잃은 금액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저커버그는 올해 최대 650억 달러의 자본 지출을 약속했으며, 데이터 센터, 모델 개발, 신규 하드웨어에 막대한 지출을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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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리 메타 HSTN AI 글라스 [사진 = 메타 플랫폼스 홈페이지] |
회사는 미국 전역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거나 임대하고 있으며, 블루 아울과의 금융 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하이페리온 데이터 센터도 포함된다.
메타는 AI 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적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오픈AI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AI 전문가를 대거 스카우트하며 인재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오클리와 함께 AI 기반 신제품 '오클리 메타 HSTN AI 글라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 투자자들의 우려...메타버스의 데자뷔인가
그러나 저커버그의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복잡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AI 투자 역시 메타버스와 유사한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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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과 메타 로고 [사진=블룸버그] |
10월 말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강했지만, AI 자본 지출과 운영비용 확대가 포함돼 수익성 악화와 재무 건전성 약화를 우려하게 만들었다. 9월까지 3개월간 자본 지출은 18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어섰다. 회사는 2026년에 2025년보다 훨씬 빠른 비율로 총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오펜하이머의 제이슨 헬프스타인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메타의 주식 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수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슈퍼인텔리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2021~2022년 메타버스 투자와 닮았다"고 분석했다.
콜럼비아 쓰레드니들의 애널리스트도 "슈퍼인텔리전스와 리얼리티 랩스의 지출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며, "두 사업 모두 장기 프로젝트로 즉각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최종적인 수익성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 구조적 한계...클라우드 사업 부재와 경쟁 압박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은 메타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과 같은 대형 경쟁사와 달리 상업용 클라우드 사업을 보유하지 않아 차입을 직접 상쇄할 수 있는 수익원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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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웹서비스(AWS) 로고 [자료=블룸버그] |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지만,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통해 투자 대비 성장 경로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평가 덕분에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아마존과 알파벳이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상승한 것과 달리, 메타는 AI 확산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용 중심 사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차별받는 모습이다.
BNP파리바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리서치 책임자 스테판 슬로윈스키는 "메타의 사업 모델은 실질적인 다각화가 부족하다"며, "기업용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실패했고 메타버스라는 전략적 오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적 발표 전부터 메타 주식에 '매도' 의견을 낸 유일한 애널리스트였다. 슬로윈스키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 지출을 수익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광고를 통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 중국의 틱톡이 미국 내 단편 영상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메타는 유럽에서 반독점 조사도 임박해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메타가 새로 도입한 정책이 AI 서비스 업체들의 왓츠앱 접근을 제한해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 AI의 명확한 로드맵 주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자들은 메타버스 삭감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며 반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저스틴 포스트 애널리스트는 예산 감축 소식이 2026~2027년 비용 증가 폭에 대한 가정을 바꾸게 할 것이며, 메타가 여전히 재정적으로 규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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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의 30번째 데이터센터 [사진 = 업체 홈페이지] |
메타가 구글의 맞춤형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 가속기를 자체 데이터 센터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빠르면 2027년부터 시작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컴퓨팅 비용을 줄여 주가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포스트는 분석했다.
포스트는 투자자들이 리얼리티 랩스의 시장 기회에 대해 신중하거나 부정적이라고 언급하면서, 메타가 투자를 생성형 AI 등 더 큰 기회로 인식되는 분야로 재배치할 경우 주가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성형 AI의 수익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AI 어시스턴트, 창작 도구, 메타 컴퓨팅 역량 외주화 등 새로운 활용 사례에서 잠재적 상승을 포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미즈호의 로이드 월름슬리 애널리스트는 "2019년 이후 누적 800억 달러의 운영 손실을 기록하며 블랙홀로 인식된 영역(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려는 계획만으로도 투자자들에게 생성형 AI 투자가 무제한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메타가 모든 투자를 AI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은 저커버그가 디스플레이 글라스 같은 메타버스 하드웨어보다 AI 기술이 수익성에 더 가까워졌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매트릭스 애셋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카츠 최고투자책임자는 "메타버스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베팅이었다"며, "AI는 시장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훨씬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커버그가 책임 없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사업 간의 유사성은 그걸로 끝"이라고 덧붙였다.
◆ 월가의 종합 평가는 '매수' 우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을 종합하면 매수 의견이 우세하다. CNBC 집계에 따르면 67개 투자은행 중 20곳이 강력 매수, 41곳이 매수, 6곳이 보유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835.99달러로, 현재 주가에서 24.14%의 추가 상승 여력을 나타낸다.
월가에서 제시한 최고 목표주가는 1117달러, 최저 목표주가는 685달러다. 메타의 5일 종가는 673.42달러로 월가의 최저 목표주가보다도 낮다. 올해 들어 주가는 15.01% 상승했으나 최근 3개월간 10.49% 빠졌다. 주가는 올해 4월 21일 479.80달러까지 내려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뒤 8월 15일 796.25달러까지 올라 52주 최고가이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 전략적 전환인가, 새로운 실험인가
메타 플랫폼스가 메타버스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AI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전략적 전환인지 아니면 또 다른 고비용 실험의 시작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메타버스 비용 삭감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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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 플랫폼스 로고 [사진=블룸버그] |
저커버그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슈퍼인텔리전스 랩과 같은 부문에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공격적으로 선제 투자해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그는 AI가 광고 타깃팅과 사용자 참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점차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저커버그 재임 기간 동안 등장했다 사라진 여러 대형 아이디어들(페이스북을 은행으로, 데이팅 사이트로, 암호화폐 플랫폼으로 만들려던 시도 등)에 대해서는 크게 제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AI 분야에 대해서는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미 실패로 기울던 부문을 일부 손질하는 정도로는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메타는 AI 경쟁에서 다시 입지를 확보하는 모습은 먼저 보여야 한다. 수십억 달러를 치열한 경쟁 분야에 투입하면서도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저커버그가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