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어 고교까지 덮친 AI 부정행위…혁신의 그늘에 놓인 도덕적 해이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 착수한 정부…AI 환호 잠시 멈추고 '윤리' 되돌아봐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대학가에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발생하면서 혁신 기술로만 바라봤던 AI에 대한 잡음이 크다. AI 부정행위 사태를 수면 위로 떠올린 연세대의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수 안 하는 게 우월 전략'이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젊은 학생들보다 AI 사용이 미숙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은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해 부정행위가 의심돼도 징계 절차를 밟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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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주원 사회부 기자 |
기술은 발전하지만 그에 걸맞은 윤리의식과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다 못해 퇴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AI가 습격한 교육현장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문화지체' 현상이다. 누군가는 AI 사용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진입하면서 겪는 홍역 정도라고 축소할 수도 있겠지만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교육현장, 특히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더욱 염려스럽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출제자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정답 하나를 고르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입시 중심 교육에서 10여 년 만에 벗어나 비로소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 온다.
대학은 단순히 시험을 치는 공간이 아니다. 시험은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전공 지식인으로서 사고하고 고뇌하는 한편, 고등교육을 받은 교양인으로서 교양과 윤리를 터득해야 한다. AI를 이용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답을 찾아내 시험지에 써내면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이 될 뿐이다. "챗GPT가 그랬어요"라는 말 외에 자신이 써낸 답의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는 전달자를 지식인이라 할 수 없다. 과정이 어찌 됐든, 정답을 맞히고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 됐다는 알량한 윤리 의식을 가진 어른을 교양인이라 부를 수도 없다.
학생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늘 그렇듯 어른이 문제다. 정부도, 학교도, AI의 등장과 발전에 놀라워하고 환호하기만 바빴다. 경쟁 학교, 기업, 국가보다 더 빨리 배우고 더 잘 써먹어야 한다며 달려가기 바빴다.
기자 역시 오래지 않은 과거 대학원 기말고사에서 'OOO에 대해 챗GPT를 활용해 설명하시오'라는 문제를 받아 든 경험이 있다. 워낙 아날로그 인간인지라 그제야 부랴부랴 챗GPT 앱을 깔고 'OOO'을 검색해 답안을 써냈다. '신통하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후에 성적도 괜찮게 나와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고작 이 정도까지밖에 생각과 감정이 미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그 문제를 낸 출제자 역시 작금의 사태를 기자와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교육부는 최근 정부 차원의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실효성 있는 내용이 담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양하지만 '윤리'라는 단어가 크게 내걸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지체된 문화를 위해 잠깐 멈추고 기다려줘야 할 시점이다.
jane9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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