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매자 못 구한 홈플러스 M&A 표류…與, '유암코 투입 추진' 첫 발언 주목
끝내 인수자 없을 시 파산 현실화…유암코 투입·공적 개입 논란은 변수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홈플러스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를 통한 공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수 의향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아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직·간접 고용 30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공적 자금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책은행 산업은행과 금융공기업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유암코가 채무를 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한 뒤 민간 기업에 재매각하는 방식이 공적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방만한 경영에서 시작된 만큼, 공적 자금 투입의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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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영등포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여당, 유암코 개입 시사…파산 시 '30만명 생계 위기' 우려
28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김병기 대표는 전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유암코 등 공적 구조조정 회사가 채무 구조를 정리한 뒤 전문 유통경영이 가능한 기업이 인수에 나서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적 자금 투입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기업 원매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후보들조차 실제 인수 여력이 없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파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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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김 대표 역시 "홈플러스 청산 시 최대 30만 명의 생계가 벼랑 끝에 서게 될 수 있다"며 MBK 책임을 엄중히 묻되 홈플러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폐점은 지역 상권·협력업체·물류 네트워크 등을 동시에 흔들어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제시한 유암코 방식은 △채무 구조 정리 △사업 부문(리테일·부동산·물류 등) 분리 또는 개편 △유통 전문기업 또는 전략적 투자자(SI)에 재매각 순으로 진행되는 구조다. 이는 2010년대 중소 제조사·조선업 구조조정에서 활용됐던 방식과 유사하다.
유암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기관으로, 산업은행·수출입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국민은행 등 6곳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부실채권 매입·정리, 기업 회생 지원을 본래 목적으로 하며 정상화 후 매각 차익을 회수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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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yooksa@newspim.com |
◆홈플러스 본입찰 '무응찰'…유암코 개입 명분이 관건
지난 26일까지 진행된 본입찰은 인수자 참여 없이 마감됐다. 홈플러스와 매각 주간사 삼일PwC는 오는 29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를 받겠다는 입장이나, 사실상 유효 매수자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 체제에서 부채·부동산·점포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물류·임대·입점 계약까지 얽혀 민간 기업이 선뜻 인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암코 투입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공적 자금 개입의 정당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홈플러스 사태가 MBK의 경영 실패에서 비롯된 만큼 "사모펀드 면죄부"라는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MBK는 알짜 점포 매각을 통해 부동산 자산을 축소시킨 데다 점포의 절반 이상을 임대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임대료 부담만 4000억원을 넘어선다. 고정비용이 늘면서 이익 구조는 악화됐다.
이에 홈플러스는 2021년 회계연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매출은 6조9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손실은 3141억원으로 58% 급증했다.
현재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홈플러스는 종합부동산세 등 약 700억원의 세금이 미납된 데다, 전기요금 체납까지 포함하면 미납액은 920억원대로 늘었다. 심지어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던 입점 점주와의 물건 대금 정산도 일부 지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흐름이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국가 기간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암코 개입 시 공적 자금 투입은 불가피한데, 이는 발란·초록마을 등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또한 구조조정이 장기화되면 점포 경쟁력 약화·매출 감소·인력 이탈로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리스크도 안고 있다. 점포 정리와 고정비 축소가 불가피할 경우 2만명의 직접고용, 10만명의 협력고용 충격이 발생할 수 있고, 향후 정부·여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암코가 정상화를 성공시키더라도 매각 시점에 다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나서서 인수처를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농협은행이 가장 유력한 인수처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농협은 현재 홈플러스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농협 유통부문도 매년 400억~600억 원 적자를 내고 있어 남의 짐을 떠안는 상황은 어렵다"며 사실상 인수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 역시 홈플러스 인수에 자발적으로 나설 유인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섣부른 공적 자금 투입은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매각 실패를 이유로 유암코를 투입하면 형평성·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홈플러스 구제에 나설 경우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