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투자 비중 첫 50% 넘겨…해외주식은 36.8%
1000조 규모 적립금…'달러 부족이 고환율 밀어올려' 진단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 수익률 낮춰…통화정책 펼쳐야"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보는 가운데,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공식 협의체를 가동했다. 적립금이 1200조를 넘어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판단이 정부 내에서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카드를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전날 '외환당국-국민연금 4자 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참여한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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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5.11.14 photo@newspim.com |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이 요동쳤던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최근 고환율의 배경을 글로벌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의 '달러 부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환율 절하는 해외로 나가는 게 많은 요인 때문에 달러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주요 외환 수급 주체와 협의해 환율에 과도한 불확실성이나 불안정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지목한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공단이 굴리는 연기금의 자금 흐름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투자 구조는 최근 5년간 급격하게 변화했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 2021년 44.6%에서 지난해 47.0%로 상승했고, 올해 1~8월(잠정치)은 51.7%까지 올라섰다. 연기금의 투자 구조에서 주식 투자 비중이 50%를 넘어선 건 사상 최초다. 올해 6월 말 기준 1269조원의 적립금 중 635조원이 국내·해외 주식에 배분됐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비중은 2021년 27.1%에서 작년 35.5%까지 확대됐다. 올해 1~8월(잠정치)은 36.8%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주식(14.9%)과 비교하면 무게중심이 글로벌 시장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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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현황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2025.11.04 sdk1991@newspim.com |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수익률 구조와 밀접하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2021년 10.77%에서 2022년 -8.22%로 떨어졌지만, 이후 글로벌 시장 반등과 환율 효과에 힘입어 2023년 13.59%, 지난해 15.0%로 빠르게 개선됐다. 수익률 개선의 상당 부분은 해외자산 비중 확대와 달러 강세가 결합해 발생한 평가이익 영향 덕분이다.
해외투자 확대는 환율 변동성과 직결되는 특성이 있다. 적립금 규모가 큰 만큼 국민연금은 매월 일정 규모의 외화 매수와 매도 거래를 진행하는데, 이는 외환시장의 단기 수급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국민연금의 월간 투자 플로우를 원·달러 환율 단기 지표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국민연금으로서도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있다. 연기금의 고갈 시점이 오는 2064년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후 국민연금 자산 매각이 시작될 경우 국내 주식의 매도가 크면 코스피를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해외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전날 개최된 외환당국-국민연금 4자 협의체에서는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투자 방향에 대한 토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에 나서는 방안,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등에 대한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환헤지란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운용에서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정해놓은 환위험 방어 비율을 말한다. 정부가 이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연기금의 장기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 목표가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어느 정도 환헤지를 할 필요는 있지만, 연기금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환헤지보다 금리 등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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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24일 오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7.20 포인트(0.19%) 하락하며 3846.06으로, 코스닥은 7.51 포인트(0.87%) 하락한 856.44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0.60원 상승한 1476.20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2025.11.24 yym5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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