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류세·정유사 공급가 상승 3중 압력
국제유가 하락에도 국내 반영 2~3주 시차
"비용 압력 누적…당분간 상승세 지속될 것"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4주 연속 뛰면서 소비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유는 약 2년 만에 1600원대를 넘어섰고,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18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고환율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으로 돌아섰으나 국내 가격 반영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연말까지 기름값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주(11월 3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5.8원 상승한 리터당 1729.7원, 경유 판매가격은 38.5원 상승한 리터당 1636.6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10월 4주부터 지난주까지 4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 |
휘발유 판매가격은 ▲10월 4주 1661원.1원 ▲10월 5주 1666.5원 ▲11월 1주 1685.5원 ▲11월 2주 1703.9원 ▲11월 3주 1729.7원 등으로 매주 상승했다. 상승폭도 10월 4~5주에는 5.4원 수준이었으나 19원, 18.4원 등으로 점점 늘어나 11월 2~3주에는 25.8원까지 치솟았다.
경유 판매가격은 ▲10월 4주 1534.8원 ▲10월 5주 1541.7원 ▲11월 1주 1568.2원 ▲11월 2주 1598.1원 ▲11월 3주 1636.6원 등으로 오르막을 걸었다. 11월 3주에는 전주 대비 38.5원 크게 상승하면서 1600원대에 진입했다. 주간 경유 가격이 1600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2023년 11월 4주(1607.8원)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휘발유 가격이 1799.1원으로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은 1705.8원으로 가장 낮았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 주유소가 휘발유 1737.4원, 경유 1644.1원으로 가장 비쌌다. 반대로 알뜰주유소는 휘발유 1701.2원, 경유 1609.2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기름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환율과 세금 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11월 3주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주 대비 1.7원 오른 1463.1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에는 1475.6원까지 거래되며 올해 4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원유 수입 단가를 즉각 끌어올린다. 원유는 전량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즉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도입 비용이 즉각 증가하고, 이 비용 상승분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순차적으로 반영된다.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인 것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기존 10%에서 7%로, 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15%에서 10%로 각각 축소됐다. 그 결과 휘발유 세금은 리터당 738원에서 763원으로 25원 늘었고, 경유는 494원에서 523원으로 29원 증가했다.
정유사 공급가격도 오름세다. 11월 2주 휘발유 공급가격은 전주 대비 6.7원 상승한 1668.5원, 경유 공급가격은 33.2원 상승한 1606.7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S-OIL의 경유 공급가격은 무려 64.3원 뛰었다. GS칼텍스(40.9원)와 SK에너지(18.9원)도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 |
|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스핌 DB] |
다만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초안 제시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불발 가능성 등에 영향을 받아 소폭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전주 대비 0.3달러 줄어든 64.6달러, 국제 휘발유는 1.4달러 하락한 78.8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2~3주간의 시차가 작용해, 즉각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연말 난방 수요 증가와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불안 등이 겹치면서 국내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 중인 상황이다.
기름값 상승은 물류비·유통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물가 불안 요인으로 이어진다. 석유류는 운송·보관·생산 공정에 모두 투입되는 기본 투입재로, 가격이 오르면 트럭 운송비·항공유·선박 연료비 등의 물류비가 먼저 상승한다.
이후 이 비용이 식료품과 생활용품, 산업재 등 소비자가 구매하는 대부분 상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연쇄적 인상 효과가 생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올랐는데, 이 중 석유류만 4.8%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정부는 지난 13일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뚜렷한 하락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유가 강세는 단기적으로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환율 상승과 공급가 인상분이 누적된 상황에서 마진 압박이 커지고 있어 가격을 억누르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환율·세금·공급가 인상 요인 등이 모두 누적된 만큼 연말까지 기름값 부담이 더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일 국제유가가 반등할 경우에는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환율과 국제유가가 모두 불안정한 만큼 수입 원가 부담이 계속 쌓이고 있다"며 "비용 압력이 누적된 만큼 주유소 판매가격이 쉽게 꺾이기는 어렵다. 다음주에도 기름값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
| 국제유가 추이 [자료=한국석유공사] 2025.11.21 rang@newspim.com |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