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자회사 '에피스넥스랩' 설립
첫 행보는 '펩타이드' 분야 기술 개발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삼성이 바이오 플랫폼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바이오 신성장 사업 추진을 위한 자회사 '에피스넥스랩(EPIS NexLab)'을 설립하며 플랫폼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단일 신약 개발 중심의 전통적 연구개발(R&D)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질환과 모달리티에 적용 가능한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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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고=에피스넥스랩] |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 11일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설립하고, 아미노산 결합체(펩타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텍 모델' 기반의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 기술 플랫폼은 확장성이 높은 요소 기술을 개발해 다수의 바이오의약품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며 "특정 적응증을 타깃하는 단일 신약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질환에 적용 가능해 사업 확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에피스넥스랩은 플랫폼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이미 국내 바이오텍들이 취하고 있는 모델과 유사하다. 일부 바이오텍은 기술이전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를 통해 머크(MSD), 다이이찌산쿄, 산도즈 등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해당 기술이 적용된 MSD의 '키트루다 큐렉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상업화되면서,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지속적인 현금 창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에이비엘바이오 또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Body-B)'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지난 4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국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국내 업계 단일 기술이전 계약 기준 역대 두 번째다.
리가켐바이오도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바탕으로 잇따른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플랫폼 수출형 바이오텍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외 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플랫폼 중심 연구개발(R&D)'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와 맞닿아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단일 파이프라인보다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한 기술 플랫폼 확보에 집중하면서, 국내 기업들 또한 플랫폼 기반의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모델로 경쟁력을 넓히고 있다.
단일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지만, 상업화 성공 비율은 10% 미만에 그친다. 구조적 한계 속에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R&D 모델'을 대안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에피스넥스랩은 우선 펩타이드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존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펩타이드 연구를 맡았던 인력이 에피스넥스랩으로 옮겨 관련 연구를 이어간다. 대표이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1본부장 홍성원 부사장이 겸직한다. 홍 부사장은 LG화학 신약연구센터장과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디렉터를 지낸 글로벌 제약사 출신 R&D 전문가로, 에피스넥스랩의 초기 연구 방향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관계자는 "개발 시작은 펩타이드로 하되 ADC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며 "약 10명 규모의 인력이 에피스넥스랩에 합류해 개발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