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달 중순쯤 보정명령 송달받아...30만원대 인지대 납부로 가닥
인지대 납부 직후 본안 소송 제기 안할 듯...철수 또는 재입찰 이후 전망
위약금 1900억·매달 80억 적자 문제…고심 커지는 이석구 대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석구 신세계면세점 대표이사가 27일로 사령탑에 앉은 지 한 달째를 맞았으나, 면세업계 최대 현안인 인천공항점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쯤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을 송달받은 신세계면세점은 인지대(소송 수수료)를 우선 납부한 뒤 철수 혹은 잔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다만 신라면세점이 이미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석구 대표가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철수 또는 잔류 결정에 따른 손익을 꼼꼼히 따져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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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귀성객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pangbin@newspim.com |
◆인지대 납부 가닥…철수 여부 결정 이후 본안 소송 전망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이날 오후 늦게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받은 보정명령에 대한 인지대 납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을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이달 중순쯤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 송달을 전달받은 만큼, 인지대 납부 시한은 이날까지다.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을 받으면 7일 이내에 인지대를 납부해야 한다.
업계는 신세계면세점이 일단 인지대를 납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납부 금액이 30만원대에 불과해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보정명령은 법적 절차 상 '소송 계속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일 뿐, 납부가 곧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지대를 납부하지 않으면 임대료 인하를 위한 본안 소송이 무산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신세계면세점은 인지대 납부 이후에도 기존 계약에 따라 면세점 운영을 이어가며, 철수 여부와 재입찰에 대한 결론을 낸 뒤 법적 대응에 나서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보정명령 송달은 이달 중순쯤 받았으나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보정명령 송달에 따른 인지대 납부는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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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신임 대표이사. [사진= 신세계그룹] |
◆신라 이미 철수 선택했지만…계산기 찬찬히 두드리는 이석구
신라면세점은 이미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고 재입찰 공고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연말께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인 면세점에 대한 신규 사업자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의 계산은 복잡하다. 신라는 홍콩·싱가포르·마카오 등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매출 다변화가 가능하지만, 신세계는 현재 명동 본점과 인천공항점 두 곳만 운영 중이다. 만약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경우 사실상 국내 면세사업 기반이 명동 한 곳으로 축소돼, 사업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위약금도 고민거리다.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을 철수할 시 1900억원대의 현금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이럴 경우 재무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인천공항이 연말께 실시한 재입찰 때에도 롯데면세점 등 경쟁자와 비교해 경영 능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 신세계면세점 수 싸움에서 밀리면 인천공항 면세사업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만큼 이석구 대표의 고심이 길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잔류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인천공항점은 매월 60억~80억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DF2(주류·담배)와 DF4(패션·부티크) 권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2023년 계약을 따내 남은 계약기간은 8년(2030년까지)이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까지 누적 손실은 최대 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신라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한 만큼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나 신라·롯데 등 경쟁사들이 낮은 임대료로 새롭게 계약을 체결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큰 신세계면세점은 가격 경쟁과 판촉 전략 모두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매월 적자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석구 대표가 인천공항점 철수 여부에 대한 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인 인천공항점 재입찰 공고 개시 때에 맞춰 철수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라면세점과 한 데 묶여 재입찰이 진행될 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이 철수를 결정해도 재입찰에서 다시 높은 가격을 써내야 할 수 있고, 잔류를 택해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이석구 대표가 철수 여부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철수와 잔류 시 손익을 철저히 계산해보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