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논란' 대신 '방산 프리미엄'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의 합병은 사실상 확정 수순에 들어섰다.
증권가 전망도 좋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미포조선이 합병을 통해 방산 수주 파이프라인에 편입되면서 영업이익이 최대 10배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장 일각의 '불공정한 합병비율' 우려는 방산 노출 차이에 따른 P/B(주가순자산비율) 격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합병 비율은 합리적이라는 판단도 내렸다.
![]() |
HD현대중공업(위), 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
22일 외국계 증권사 CLSA 리포트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의 합병은 방산(Defence) 부문을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성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양사 합병은 사실상 최대 고비를 넘겼다.
국민연금은 HD현대중공업 지분 10.43%, HD현대미포 지분 7.38%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에 합병 안건은 무리 없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27일 미포조선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 해외사업 투자에 집중하며, 미포조선의 인력·설비와 HD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기술력을 통합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MASGA(마스가)'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계획이다.
일부 미포조선 주주 사이에서 불공정 합병비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CLSA는 이 논란의 근본 원인이 방산 노출도 차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격차라고 진단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산 수주로 높은 P/B(주가순자산비율) 프리미엄을 받고 있으나, 미포조선은 상선 중심 구조로 이 프리미엄 적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CLSA 리포트는 "합병 이후 미포조선도 동일한 방산 수주 파이프라인을 공유하게 되는 만큼 중장기 가치 재평가(re-rating)가 가능하다"며 방산은 단기 실적보다는 구조적 성장 모멘텀이 크다고 평가했다.
CLSA는 미포조선의 울산·당진 도크 중 일부를 해군함 전용 도크로 전환할 경우, 영업이익(OP)이 기존 대비 최대 10배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상선 도크는 평균 3~4억원의 이익을 냈고, 해군함 도크는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 사업 특성상 안정적인 수주와 높은 마진이 보장되므로, 미포조선의 수익성 체질 개선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합병 승인 후 미포조선 주주들은 오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주식 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주당 19만2695원에 미포조선 주식을 매입하게 된다. 이는 21일 기준 미포조선 종가 22만4000원보다 약 16% 낮은 가격이다.
CLSA는 "단기적으로는 풋옵션 행사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방산 사업 편입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 여력이 훨씬 크다"며 "한국 조선업이 에너지·방산 중심으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