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영구 지정할건가? 규제 풀면 즉각 집값 오를 것
구 전역 토허구역 된 송파구, 허가신고건수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어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시 국민의힘 소속 자치구청장들이 이재명 정부가 단행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대책′ 가운데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지정은 서울 부동산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는 조치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재건축 단지와 같은 개발사업이 추진돼 집값이 불안한 곳만 핀셋으로 지정한 것이 아닌 '융단폭격' 방식으로 이뤄진데 따른 우려다. 이들 구청장은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주택공급을 위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으며 과도한 규제로 인한 시장 왜곡 발생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토지거래허가 신고가 대폭 늘면서 자치구 업무가 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22일 열린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소속 15개 구청장의 '10·15대책에 대한 자치구 공동성명서' 발표 현장에서 협의회는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비롯한 규제지역 지정이 서울 전역이 아닌 규제가 필요한 지역에 대한 핀셋 규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강석(송파구청장) 협의회장은 "토지거래허가제는 극약처방인데 이를 서울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는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부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자치구들의 주택정비사업 행정 지원 노력을 단숨에 백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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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국민의힘 소속 자치구청장들이 합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뉴스핌DB] |
먼저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강석 구청장협의회장은 "실거주 의무가 걸려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집을 보유한 시민들은 다른데 살더라도 6개월 내 그집의 전세를 빼고 토허제 구역내 본인 소유 집으로 거처를 옮겨야한다"며 "이들이 똘똘한 한채를 노리는 투기수요일 수도 있겠지만 직장이나 교육 문제 등으로 외부에 살고 있는 경우도 많을텐데 이들은 정부 규제에 따라 거주 이전의 자유를 뺏긴 채 억지로 이주해야하게 됐으며 이는 부동산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장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극약처방으로써 지정시 기한을 6개월, 1년 등으로 정해 지정된다"며 "토허제를 영구히 실시할 수도 없는 만큼 어느 시기에는 풀어야할텐데 이 때 집값이 또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1월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재건축이 아닌 일반 아파트에 대한 토허제를 해제하자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3구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이와 함께 토지거래허가 업무로 구정이 마비 상태에 놓일 정도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지난해까지 일반아파트 중에선 잠실 '엘(엘스)리(리센트)트(트리지움)' 아파트 단지만 토허제 대상이었던 송파구는 올 3월 엘리트는 물론 구내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1000여건이었던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올해 10월까지 3500여건에 이르며 세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토허제를 담당하는 구내 부서는 1곳이며 작년까지 담당 공무원은 1명이었지만 올해 구내 전역이 토허제로 지정되며 사실상 구 업무 마비가 온 상황"이라며 "업무 인력 배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새로 토허제 대상이 돼 구정 경험이 부족한 강북지역 자치구들이 더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구청장들은 정부에 구청장들의 요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지만 후속 조치는 계획하지 않았다. 정부가 정부 권한으로 추진한 사항인 만큼 구청장들이 반대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 구청장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10개 구청장은 이번 협의회 성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강석 협의회장은 "구청장들이 이번 대책을 시장 왜곡적 대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대책의 문제점을 시민께 알리고자 한 것"이라며 "정부에 우리 의견 수렴을 원하지만 설령 안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대책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