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간 수익률 상위 10개 ETF 모두 2차전지 관련 상품으로 나타나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년 동기 대비 20%↑…"추세로 혼동 말아야"
'ESS 확대가 EV 둔화 상쇄' 전망도…"중국 진입 제한으로 성장 기회 확보"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전기차(EV) 수요 둔화 우려로 부진을 겪던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미국 정책 변수에 따른 일시적 착시일 수 있다며 구조적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1주 수익률 상위 10개 ETF가 모두 2차전지 관련 상품으로 집계됐다. 1위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로 1주일간 48.88% 상승했고, 2위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38.96%), 3위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31.07%)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TIGER 2차전지소재Fn(30.56%) ▲BNK 2차전지양극재(29.01%) ▲SOL 2차전지소부장Fn(27.09%) ▲RISE 2차전지TOP10(25.08%) ▲RISE 2차전지액티브(23.76%) ▲KODEX 2차전지산업(23.01%) ▲TIGER 2차전지테마(21.86%)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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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 반등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 호조와 맞물려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약 210만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전년 동월 대비 36%, 미국이 66%, 중국이 28%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증가세가 '정책 착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은 보조금 혜택이 큰 저가형 모델 출시가 판매 증가를 이끌었고, 영국은 보조금 제도를 재개했으며 미국의 경우 10월부터 폐지되는 세제 혜택을 앞두고 선구매 효과가 집중됐다는 진단이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3분기 미국의 대규모 감세 법안(OBBBA) 발표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조기 일몰로 선구매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에너지 선호 정책으로 EV 정책 축소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3분기 미국 시장 판매량 호조를 추세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짚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도 놀랍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3분기 미국 EV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지만, 이는 보조금 종료 직전 판매 집중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 이후 EV 판매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4분기 EV 배터리 판매량은 감소세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2차전지 ETF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미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종목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정책 변화가 실적 타격으로 이어질 경우 ETF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가 EV 둔화를 상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V 보조금 축소 이후 국내 2차전지 업종 실적 하향 우려가 주가를 눌러왔으나, 최근 ESS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라며 "ESS 판매 확대가 EV 배터리 출하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OBBBA 법안 시행 및 ESS 배터리 관세 증가로 인해 중국산 제품 진입이 제한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ESS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이는 기존 EV 중심의 매출 구조를 보완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ESS 수요는 EV에 비해 경기 변동이나 소비자 선호 변화에 덜 민감하다"며 "이 같은 특성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안정적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