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만5000~5만명 사망 가능한 양 실려"
마약 카르텔 외국 테러조직 지정 뒤 21명 사살
카르텔과 전쟁 선언…군사행동 법적 근거 빈약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을 격침하고 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해외 마약 밀수선을 겨냥한 무력 사용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논란 속에 남미 마약 카르텔을 겨냥해 수행중인 4번째 군사 행동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날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선박 타격을 지시했다"며 고속으로 항해중인 소형 선박이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이는 영상을 올렸다. 이어 "선박에 타고 있던 '마약 테러리스트' 4명이 숨졌으며, 미군 피해는 없었다"고 밝히며 "이번 공격은 베네수엘라 연안 공해상에서 우리 국민을 해치기 위해 상당량의 마약을 미국으로 운반하던 선박을 대상으로 수행됐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이 X에 글을 올린 직후,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 소셜에 영상을 올리며 해당 선박이 수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분량의 마약을 싣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아침,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에서 2만5000~5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양의 마약이 실린 배가 미국 영토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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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5일 공개된 영상을 캡처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선박에 미군이 군사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마약이 격침된 선박에 실려 있었는지는 물론 승선 인원이 실제로 불법 마약 거래에 연루됐다는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헤그세스 장관은 미 정보당국이 이들이 '의심의 여지 없이' 마약 밀매자라고 밝혔다는 설명만 내놨다"고 덧붙였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마약 밀매와 연계된 혐의를 받는 선박을 군사적 표적으로 삼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금까지 최소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WP는 국제사회와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군사 행위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들어 모든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전쟁 중임을 내세워, 이들에 대한 군사작전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