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입원에 구단과 감독의 배려···아내는 "팀에 중요한 순간"이라며 돌려 보내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41세 베테랑 투수 노경은이 또 한 번 홀드왕에 이름을 올렸다. 노경은은 나이를 잊은 투혼에 더해, 가족을 둘러싼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전했다.
노경은은 9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원정 경기에서 6회말 팀이 4-3으로 앞선 상황에 구원 등판했다. 그는 1이닝을 책임지며 1안타만 내주고 삼진 1개를 곁들이는 무실점 피칭으로 팀 리드를 지켜냈다. 시즌 35번째 홀드를 올린 순간, 사실상 경쟁이 끝났다. LG의 김진성이 33홀드로 뒤를 쫓고 있었지만, 남은 등판 기회가 1번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노경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홀드왕 타이틀을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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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SSG 불펜 투수 노경은이 9월 30일 고척 키움과의 경기에서 6회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SSG] 2025.09.30 wcn05002@newspim.com |
하지만 이 기록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숨어 있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노경은은 "사실 어제 아내가 갑작스럽게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됐다"라고 고백했다. 병원에서 이틀간 치료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구단과 이숭용 감독은 "경기보다 가족이 먼저"라며 아내 곁을 지켜주라고 권유했다.
놀라운 건 노경은의 선택이 아니었다. 정작 그의 아내가 "지금 팀에 중요한 순간인데 빠져선 안 된다"라며 남편을 야구장으로 내보냈다는 것이다. 결국 노경은은 전날 경기에선 경기 시작 직전 합류했고, 이날도 아내 검사가 끝난 뒤 3회 도중 구장에 도착해 출전 준비를 마쳤다. 그는 "구단과 감독님의 배려가 있었고, 아내의 응원이 있었기에 팀을 위해 던질 수 있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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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SSG 불펜 투수 노경은이 9월 30일 고척 키움과의 경기에서 6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사진 = SSG] 2025.09.30 wcn05002@newspim.com |
노경은은 올 시즌 77경기에 나서며 SSG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홀드왕이 확정됐지만, 그는 "타이틀에 욕심은 없었다. 하늘의 뜻이라 생각했다"라며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이어 "홀드는 투수 혼자 만드는 기록이 아니다. 타자들이 상황을 잘 만들어주고, 동료들이 뒷받침해 줘야 가능한 기록이다.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큰 영광을 안게 됐다"라며 공을 나눴다.
또한 그는 "시즌 내내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트레이닝 파트에도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노경은은 홀드왕의 기쁨에 취하기보다는 현실적인 각오를 다졌다. 그는 "오늘까지만 기쁨을 누리고 내일부터는 타이틀은 잠시 잊겠다. 남은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무엇보다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해 가을야구를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