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마구잡이' 증인 신청 자제 분위기에도 대거 채택
해킹 사태·플랫폼·정보보호·수수료 등 쟁점..."기업인은 최소화해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조민교 기자 =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마구잡이로 신청하지 말자는 분위기 속에서도 주요 기업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의 증인 채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여당이 된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 때처럼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마구잡이로 신청하지는 말자"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등 잇단 반기업법 통과로 민주당의 반기업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올해는 국정감사 직후인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기업인 회의에서 민간 외교 차원의 기업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비롯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물론이고 청년 채용 등 민생분야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진행 중이다.
재계에선 과거와 같은 '기업인 망신 주기식' 국정감사 증인 채택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기업인 '마구잡이' 증인 신청 자제 분위기에도 대거 채택
30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영섭 KT 대표 등 주요 기업인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이 계열사 SK C&C(현 SK AX)에 허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영섭 KT 대표는 최근 있었던 대규모 해킹 사태에 따른 고객 정부 유출 관련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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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스핌 DB] |
그 밖에 정무위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 이사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거래 관련 김범석 쿠팡 의장 △해킹 정보 유출 관련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자금세탁 방지 의무 적발 관련 오경석 업비트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소비자 정보 보호 실태 점검을 위해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또 쿠팡과 신세계, CJ올리브영, 교촌치킨 등 유통업계 대표들도 대거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대형마트부터 온라인 플랫폼,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다양한 현안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르면서 소비자 보호와 가맹점 갈등 문제를 집중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먼저 쿠팡에서는 박대준 대표가 산자위 증인으로 불려 정산 방식, 수수료 공제 구조, 광고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김범석 의장과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도 정무위·공정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쿠팡플레이 스포츠패스 요금 논란, 대만 사업, 배달앱 운영과 수수료 체계 등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해킹 사태·플랫폼·정보보호·수수료 등 쟁점..."기업인은 최소화해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석 대표 역시 국감장에 선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되는 가운데 불공정 운영과 소상공인 비용 전가 문제를 집중 질의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산하 G마켓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합작 건과 관련해 소비자 정보보호, 독점 우려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홈플러스의 김광일·조주연 대표도 정무위·공정위에서 기업회생 신청으로 촉발된 혼란과 협력사 피해와 관련해 답변해야 한다.
이밖에도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는 점포별 매출 할당, 직원 구매 강요 등 갑질 의혹으로 정무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교촌치킨 송종화 대표는 순살치킨 중량 축소와 이중가격제, 가맹점주 갈등 등과 관련해 공정위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 이종근 대표는 가맹점주 대상 불법 대부업 영위 의혹으로 종합국감 증인으로 불려가며, 하남에프앤비 대표 역시 프랜차이즈 관련 문제로 소환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등 반기업법 통과와 한미 관세 협상으로 기업들은 그 어느때보다 불확실한 경영여건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가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해 기업인들을 망신주기나 '군기 잡기'식으로 부르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올바른 견제와 통제라는 국정감사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며 "기업인 증인은 참고 진술이 필요한 경우 실무자를 중심으로 보조적이고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