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위아만 올해 임단협 마쳐
기아 노조, '작년 영업익 30% 성과금' 등 현대차 이상 요구
현대제철 노조, '비상 경영' 선포에도 파업권 획득 수순
현대모비스, 현대차 수준 요구...자회사들도 파업 돌입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각 계열사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기업 중에서도 노조의 영향력이 강하기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이지만 올해는 미국발 관세 위기와 비자 사태에 더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및 상법 개정안 등 반기업적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은데다, 임단협 타결 소식이 늦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계절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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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 |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임단협이 최종 타결된 곳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 뿐이다. 그룹사 중 가장 큰집인 현대차가 우여곡절 끝에 협상을 마쳤음에도 기아,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굵직한 다른 계열사들은 추석 전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아는 지난 23일 경기 광명공장에서 6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전날 교섭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450%+1600만원(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포함) 등이 담긴 제시안을 내놨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기아 노조의 요구 수준은 현대차 노사의 최종 타결안보다 훨씬 높다.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1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50%+700만원 ▲하반기 위기극복 격려금 100%+150만원 ▲글로벌 자동차 어워즈 수상 기념 격려금 500만원+주식 30주 ▲노사공동 현장 안전문화 구축 격려금 23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를 마쳤다.
기아 사측의 제시안은 현대차 타결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아 노조는 기본급부터 현대차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금으로 지급해달라는 요구에서 사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는 약 3조8000억원 규모다.
기아 노조는 교섭 결렬 후인 지난 19일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91.9%의 찬성률로 가결됨에 따라 파업권 확보했다.
기아 노사 모두 추석 전 타결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양측 제시안의 간극이 커서 추석을 넘기고 실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현대차는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작년까지 이어가던 '6년 무분규 타결'이 올해 깨졌다. 기아는 작년까지 4년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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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상견례를 했다. [사진=현대차] |
현대제철 역시 노조가 파업권 확보 절차에 돌입하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제철은 작년에도 해를 넘겨 지난 4월에서야 작년 임단협을 마친 바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2024년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지만 20차례가 넘는 협상에도 대립했고, 결국 지난 2월 노조는 부분파업·총파업 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사측은 같은 달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 3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에 대해서는 품목별 관세 50% 부과를 유지하며 업계 자체에 치명적 위기가 닥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5개 지회는 지난 19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 찬성으로 파업권 획득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업황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1595억원으로 지난 2023년 대비 80% 쪼그라들었다. 올해 증권가 컨센서스는 3900억원으로, 작년보다는 나을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여전히 2023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현대제철은 지난해 당초 잠정 영업이익이 3144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성과금 지급이 확정된 후 1595억원으로 대폭 하향한 전례가 있다. 올해 역시 임단협 결과에 따라 39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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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의 계열사 통제,파업으로 돌파'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현대모비스 역시 아직 올해 임단협 타결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2일 교섭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1550만원+주식 17주 지급 등의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최근 3주째 부분 파업 중이다. 또한 오는 26일 전(全)조합원의 상경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모비스의 생산 전문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이날 오전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회사 노조는 고용 100% 보장과 완성차 계열사와 같은 수준의 기본급 및 성과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