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개의 실책으로 1위 두산(116)과 1개 차
17일 한화전, 21일 NC전 실책은 패배와 직결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디펜딩 챔피언' KIA가 올해 들어 수비 불안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도 실책 많은 우승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올 시즌엔 이 약점이 단순한 흠결이 아니라 순위를 끌어내리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IA는 62승 4무 70패(승률 0.470)로 8위에 머무르고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의 kt(68승 4무 66패 승률 0.507)와 격차가 5경기 차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8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KIA는 잔여 경기에서 1패라도 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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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21일 광주 NC전 7회 좌익수 오선우가 NC 오영수의 타구 판단을 잘못해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내줬다. [사진 = 티빙] 2025.09.21 wcn05002@newspim.com |
22일 현재 KIA의 팀 실책은 115개로 두산 베어스(116개)에 이어 리그 두 번째로 많다. 겉으로 보기엔 두산과 불과 한 개 차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다르다. 2024시즌 KIA는 리그 최다 실책(146개)을 기록하고도 통합 우승이라는 결과로 모든 약점을 덮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면서도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작년에는 실책의 상당 부분이 3루수 김도영에게 집중됐다. 김도영은 무려 30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팀 전체의 20% 이상을 혼자 떠안았다. 하지만 그는 압도적인 타격 성적으로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MVP)까지 거머쥐며 팀 우승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전혀 다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8월 초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김도영은 30경기 출장에 그치며 실책도 5개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처럼 특정 선수에게 실책이 몰리는 양상이 아니라 전 포지션으로 수비 불안이 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책은 경기 흐름을 끊는 방식으로 반복됐다. 지난 7월 26일 부산 롯데전부터 30일 광주 두산전까지 불과 4경기 동안 9개의 실책이 쏟아졌다. 8월 23일 광주 LG전에서도 외국인 3루수 패트릭 위즈덤과 1루수 오선우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고, 이후 5경기 연속 실책을 기록하면서 가을야구 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졌다.
이범호 감독의 대응도 강경해졌다. 지난 17일 한화전에서는 베테랑 2루수 김선빈이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자 곧바로 교체하는 '문책성 결정'을 내렸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단에 "기본기와 집중력을 되새기자"라는 메시지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지도자의 경고와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중요한 순간마다 포구와 송구 실책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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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 17일 광주 한화전에서 3회 KIA의 2루수 김선빈이 문현빈의 평범한 내야 뜬공을 처리하지 못했다. [사진 = 티빙] 2025.09.17 wcn05002@newspim.com |
공식 기록에 잡히지 않는 숨은 실책은 더욱 심각하다. 21일 광주 NC전에서 KIA는 공식적으로 두 번의 실책(윤도현, 정해원)을 범했다. 그러나 승부를 가른 장면은 따로 있었다. 3-1로 앞선 7회 초 2사 만루에서 NC 오영수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좌익수 오선우가 만루 상황에서 타구 판단을 잘못해 '만세 수비'를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역전 3타점 2루타로 이어졌고, KIA는 승기를 내주며 6-7로 석패했다. 기록지에는 '실책'이 남지 않았지만, 경기 결과를 뒤집은 결정적 장면이었다.
물론 야구에서 수비 지표 하나만으로 성패가 갈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안한 수비는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다. 실제로 올 시즌 5강 후보로 꼽히는 팀 대부분이 '팀 최소 실책'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반대로 KIA는 또다시 리그 최다 실책 경쟁을 벌이며 순위에서도 고전 중이다. 단순히 숫자로만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지난해는 실책을 강한 타선과 뒷심으로 덮을 수 있었지만, 올 시즌 KIA에게는 같은 마법이 보이지 않는다. 수비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