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5 개최
김은희 작가·강윤성 감독 "콘텐츠의 근간은 취재, 발로 뛰는 대본은 달라"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K드라마계를 끌어가고 있는 김은희 작가와 강윤성 감독이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5'를 통해 예비 창작자들을 향해 "소재의 폭을 넓히되, 그 중심에는 한국 사람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코엑스가 공동 주관하는 'BCWW 2025'가 개최됐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BCWW는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아시아 최대 국제 방송영상 전문 마켓이다.
올해는 'BCWW, 윈도우 투 왓츠 넥스트(Window to What's Next)'라는 슬로건 아래 미래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행사는 전시마켓, 콘퍼런스, 쇼케이스, 비즈매칭, 시상식, 넥스트 K미디어 페스티벌 등으로 구성됐다. 행사에는 대만, 일본, 중국, 몽골, 튀르키예 등 20개국 350여 개사가 참가하며 사전등록 기준 미국, 싱가포르, 태국 등 36개국의 800여 명의 바이어가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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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BCWW 2025' 스페셜 세션 '두 거장이 그린 K드라마, 세계를 향한 이야기'에 참석한 김은희 작가, 강윤성 감독, 송은이(왼쪽부터). 2025.09.16 alice09@newspim.com |
이날 스페셜 세션에서는 미디어랩시소의 대표이자 개그우먼 송은이가 좌장을 맡아 '두 거장이 그린 K드라마, 세계를 향한 이야기'를 주제로 시리즈 '킹덤', 드라마 '악귀', 그리고 공개 예정인 '두 번째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영화 '범죄도시', '카지노'의 강윤석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송은이는 "김은희 작가는 '두 번째 시그널'을 준비 중이고, 촬영은 다 끝난 걸로 알고 있다. 전편이 잘 되면 후속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후속편은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은희 작가는 "당연히 고민이 너무 많았다 전보다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 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후속편을 준비하기 전에 친한 김은숙 작가가 그렇게 끝냈으면 다음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제 자신에게도 '시그널'은 특별한 작품이기 때문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열심히 썼는데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시그널'은 이전 '시그널'의 세계관과 이어진다. 시대적 배경은 2016년"이라며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하지 않은 부조리함과 그것을 고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이 세상은 좋아졌는 지에 대한 물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개했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은 2016년 방영돼 자체 최고 시청률 12.5%(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두 번째 시그널'이 내년 방영을 앞두고 있다. 후속편에는 '시그널'에 출연한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이 그대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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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5' 현장. [사진=콘진원] 2025.09.16 alice09@newspim.com |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저희가 촬영 전에 대본 리딩을 한다. 첫 시작이 조진웅 씨가 무전을 시작하는 대사였는데, 그걸 들으니까 다시 '시그널'이 돌아왔구나 싶으면서 울컥했다. 이런 마음을 (김)혜수 선배도 느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대본리딩을 하는데 배우들 모두 10년 전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감동적인 대본리딩이었다"고 답했다.
현재 콘텐츠 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투자 자본의 차이 등으로 인해 국내 플랫폼에서 제작된 K콘텐츠의 수가 현저히 줄어가고 있다.
강윤성 감독은 "잘 되는 작품이 많이 나와서 후속까지 계속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많은 돈이 들어와 규모가 커져야 한다. 드라마 업계나 영화 업계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서 정말 모든 작품을 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성 감독의 경우 영화 '범죄도시' 시즌1을 시작으로 이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그리고 최근 '파인: 촌뜨기들' 등을 선보였다. 연출과 더불어 시나리오 작업도 해왔던 그는 '파인: 촌뜨기들'을 통해 원작이 있는 작품에 도전했다.
그는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다. 안 해본 장르를 하고 싶다. '범죄도시'로 데뷔를 했는데 범죄물과 액션물이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면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 멜로가 그 중 하나"라며 "'파인'은 10여년 전에 웹툰이 나왔을 때부터 너무 재미있게 봤다. 그때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데 판권이 팔려 있었다. 10년 지나고 드라마 제안이 왔을 때 기쁘기도 하고,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원작을 갖고 있는 작품은 원작 팬들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비난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파인'은 원작에서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 캐릭터를 잘 살리지 않으면 재미 없는 이야기였다. 원작 자체에 캐릭터 설명이 좋았기 때문에 이걸 잘 표현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캐릭터 구축에 집중을 했다"고 밝혔다.
김은희 작가와 강윤성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카지노'를 통해서는 도박의 병폐를, '시그널'에서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강 감독은 "메시지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제 세계관을 작품에 꼭 녹여내거나, 메시지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작품을 만들고 선정하는 기준은 우리가 살고 있는 범주 안의 삶 외에도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했다. '카지노'를 하면서도 도박의 병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런 세계가 존재하는 걸 알리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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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BCWW 2025' 스페셜 세션 '두 거장이 그린 K드라마, 세계를 향한 이야기'에 참석한 김은희 작가, 강윤성 감독, 송은이(왼쪽부터). 2025.09.16 alice09@newspim.com |
많은 작품을 선보인 김은희 작가와 강윤성 감독은 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것은 '취재'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강 감독은 "저는 개인적으로 땅에 붙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 근간이 초창기에는 뉴스였다. 지금은 취재가 정답이라고 느껴서 여러 이야기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 감독한테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취재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진짜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취재를 90%하면 나머지는 제 상상력에 맡긴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기준은 취재다. 사극이나 SF는 취재로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이 발품을 팔아서 자료를 찾아보고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작가 역시 "자료조사가 제일 힘든 것 같다. 머리로 쓰는 대본과 발로 쓰는 대본은 정말 다르다. 자료 조사, 취재가 정말 콘텐츠의 기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K콘텐츠 시장은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OTT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오징어 게임'과 '카지노' 등이 호평을 이끌어냈다.
강윤성 감독은 "우선 한국영화로 이야기하면, 한국 영화에 직접적인 위기가 온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이전부터 소재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의 시대는 사실 OTT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잘 만들어진다는 것이 세계에 알려진 만큼, 창작자들이 그런 소재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들이 글로벌한 주제를 다루는 게 좋다고 느낀다. 그 중심은 한국 사람이 돼서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란다. 그래야 작품의 국적성이 명확하다고 느낀다. '케데헌'을 이야기하면서도 외국 자본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엔 다양한 자본이 섞여 있고 순수한 한국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더 넓은 이야기 주제가 한국에서 창작되면 세계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작가는 "신인 작가들에 대한 등용문이 더 열렸으면 좋겠다. 드라마와 영화 업계가 힘들어질수록 신인들에 대한 기회가 없어지는데, 많은 제작자들이 이들을 통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신인 작가들도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소재와 아이템에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