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과 격추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럽 안보 지형에 짙은 불안감을 더하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은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방산주는 상승하고 여행·레저는 하락하는 등 업종과 기업별 충격파가 다르게 나타났다.
패션브랜드 자라(Zara)를 보유한 스페인 패스트패션(fast-fashion) 업체 인디텍스(Inditex)가 만들어낸 호재는 스페인 벤치마크와 소매 섹터 지수(+1.4%)를 모두 상승시켰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에 비해 0.10포인트(0.02%) 하락한 552.29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85.50포인트(0.36%) 떨어진 2만3632.95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7.14포인트(0.19%) 하락한 9225.39로 장을 마쳤다.
반면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1.93포인트(0.15%) 오른 7761.32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51.52포인트(0.12%) 뛴 4만2059.74로 마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93.60포인트(1.29%) 상승한 1만5217.50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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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 사건은 유럽 안보 지형을 강하게 흔들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긴급 내각회의 소집 후 기자회견을 열고 "간밤에 19건의 영공 침범이 있었다"며 "드론 3대를 격추했고 네 번째 드론이 격추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대규모 도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나토 조약 4조의 발동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와의) 공개적인 갈등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다"고도 했다.
유럽의 방산 섹터는 이날 1.44%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여행·레저 섹터는 1.4% 하락했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국방장관을 신임 총리를 임명했지만 그가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르코르뉘 신임 총리가 대표적인 마크롱 대통령 충성파로 평가되고 있어 야권의 반발이 심한데다, 그의 가장 큰 임무가 2026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인데 야권은 이 예산안을 좌초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 총리 실각을 초래한 프랑스 정치권의 난맥상이 계속되면서 결국 또 다시 파국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P 글로벌은 "프랑스의 새 총리 임명이 국가의 재정 문제와 정치 환경 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11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평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스페인의 패스트패션 업체 인디텍스는 이날 6.4% 급등하면서 전체 유럽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디텍스의 2분기 매출은 100억8000만 유로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102억6000만 유로에 소폭 미달했지만 "올 가을/겨울 컬렉션이 고객들로부터 '아주 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이 회사의 매출은 8월 1일부터 9월 8일 사이에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티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실적이 공개된 후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디텍스의 보고서는 이 회사가 현재 거래에서 의미 있는 가속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전체 직원 7만8400명 가운데 약 11%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뒤 3.6% 올랐다.
유럽의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러시아 석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에도 주목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의도지만 세계 무역 관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금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