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 필요 의견 표명...국회, 2012년부터 법 개정 추진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 정보를 취득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10일 국회의장에게 통신이용자 정보에서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를 제한하고 취득 정보 폐기 및 목적 외 사용금지, 비밀유지의무 등 사후관리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는 수사기관 등이 재판이나 수사 등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 통신이용자정보 제출을 요청하면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78년 과거 전기통신법에 규정된 내용에 근거해 유지되고 있다.
인권위는 조항이 만들어진 후 약 42년 동안 큰 변화없이 유지되면서 오늘날에는 수사기관 등이 통신이용자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처리 기술이 수사기관에 도입되면서 통신이용자정보가 단순히 열람되는 것을 넘어서 알고리즘에 의해 대규모로 수집·분석·예측될 수 있는 위험성을 수반하게 됐다.
또 정보 전산처리 과정을 통해 개인 관련 정보가 무제한으로 저장되고 언제든 다시 불러올 수 있으며 통신이용자정보가 통신 메타데이터와 결합돼 분석될 경우 개인의 행동 패턴, 사회적 관계, 정치 성향 등 민감한 정보로 확대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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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인권위] |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수사를 위해 범죄 피의자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인적사항까지 수집 대상에 포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2015년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법률 개정을 권고했다.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호관도 2019년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기도 했다.
인권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있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조항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이관해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통신이용자 정보 제공제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해 수사기관 등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이용자정보를 취득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허가 절차가 마련되기 전에 국민 기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 제공 제한 ▲취득정보의 폐기 ▲목적외 사용금지 ▲비밀유지의무 ▲적극적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수립 ▲기관 자체 심사절차 마련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편 국회에서는 2012년 이후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통신 이용자정보 수집을 제한하려는 법률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된 바 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해 통과되지 못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