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야당 대표, 만남 자체 '절반의 성공'
정치 구도·지형상 협치까지 가기 힘들지만
서로 하고 싶은 말 다하는 소통의 장 돼야
그래야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후약' 기대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책무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지난 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위해 여야 대표와 회동한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오는 8일 12시 오찬을 겸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다"면서 "이번 회동은 특별한 의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각 당 대변인·비서실장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이 함께한다. 무엇보다 여야 오찬 만남 이후에는 이 대통령과 장 야당 대표 간의 단독 회동도 이어진다. 김 비서관은 "대통령실은 이번 만남이 국정 운영에 있어 협치와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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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정치부 선임기자 |
◆장 대표, 국정 동반자로서 할 소리 다 해야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지난 6월 22일 여당 김병기 당시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야당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제1야당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장 야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13일 만에 이뤄지는 만남이기도 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정치에 있어 사진을 잘 찍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나 여야 지도부, 특히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다.
대한민국 거대 1당의 대선 후보로 나와 선출된 이 대통령은 든든한 집권 여당이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는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데 거침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정치 역학 구도 속에서 소수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는 것은 이 대통령이나 야당, 국민이 봤을 때도 만남 그 자체, 사진 한 장 찍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고 잘한 일이다.
장 대표도 어렵게 성사된 자리인 만큼 부담 갖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이 대통령에게 진솔하게 국정의 동반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에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돌아다니면 오히려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할 수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의 만남 이후 합의서에 서명하고 공개까지 해놓고 지키지 않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공개 합의서를 내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장 제1야당 대표가 어깨에 힘을 빼고 서로 하고 싶은 말은 진솔하게 다하고 진정으로 소통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다음 만남도 약속할 수 있다. 첫 만남부터 서로 조건을 내걸고 '조건부 회동'을 하면 서로 부담만 커지고 만남 자체도 성과를 내기 힘들며 다음 만남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민생·경제 달린 회동…소통만 이뤄도 큰 성과
모든 일이나 운동, 정치도 마찬가지지만 몸에 힘을 빼야 성과를 내고 성공하고 힘도 덜 든다. 국민과 각자 지지층의 요구와 기대 때문에 잔뜩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에 만남 자체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난다는 자체만으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사진도 잘 찍고 여야 대표 간 악수 인사도 잘하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의 단독 회동도 진정 어린 소통과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그게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국민 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정치적 책무다.
현재 정치 구도상이나 지형상으로 봤을 때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간의 협치는 사실상 쉽지 않다. 합의와 협치까지는 이루지 못해도 정치적인 소통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이 대통령도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과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힘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국민의힘도 개혁과 혁신, 변화를 위해서는 이번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국민에게 희망과 기대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제1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나 동반자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의 만남은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달려 있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통상과 죽고 사는 문제인 외교·안보 문제까지 헤쳐 나가야 하는 이 대통령도 국민적 합의와 지지가 뒷받침돼야 힘을 받아서 열심히 뛸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의 만남에서 민생과 경제, 통상과 안보 문제까지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한 유익한 소통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