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란 없습니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12일, 첫 공식선거운동 장소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비록 진보진영인 민주당 후보지만, 보수정책과 진보정책을 가리지 않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당시 이 대통령의 말은 현재 국정현안을 살피는 모습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제40차 국무회의에서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관련한 우려점에 대해서 언급했다.
![]() |
박찬제 정치부 기자 |
이 대통령은 "두 법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강화와 노사상생 촉진, 전체 국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노사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 모두가 상호존중하는 협력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한다. 또 노동자의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안정된 경영환경을 누릴 수 있다"며 "자주하는 말로 새는 양 날개로 난다라고 하는데 기업과 노동자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에 비교적 유리한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면서 서운한 기업을 달래기 위한 배임죄 폐지·완화에 대한 입장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배임죄 완화를 넘어 폐지까지 고려 중이라고 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노조법이 먼저 통과됐다면 배임죄 역시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고 바꿔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은 배임죄 완화 내지는 폐지, 이 두 개에 있어서 크게 구분하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떤 실질적인 문제가 생길지에 대한 검토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남아있다"고 답했다.
진보 진영과 비교적 가까운 노동계와 보수 진영에서 보다 가까운 기업을 동시에 챙긴 셈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는 '수출국 다변화'를 입에 담으며 외교·경제와 관련해 이념을 뛰어넘은 실용적 관점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면 수출 국가 다변화에 주력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번에 미국이 관세로 압박하는 걸 보니, 사실은 우리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보니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미국이 동맹국이긴 하지만, 관세 압박 피해를 덜기 위해서는 실용적 관점으로 접근해 수출국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세치용(經世致用), 이용후생(利用厚生)이라는 말이 있다. 학문과 정치의 실용성을 강조한 말이다. 당리당략과 당파 싸움으로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실용적 정치를 통해 민생을 살리자는 의지가 담긴 조선시대 실학사상의 핵심이다.
당리당략과 정치 싸움은 국회로 충분하다.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여야의 아귀다툼 만으로도 차고 넘친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한 쪽 진영의 대변자가 아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했던 만큼, 국내 현안을 다룰 때도 '국익중심 실용정치'를 해나가길 바래본다.
pc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