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 6만 가구 정전 피해
젤렌스키 "러에 대가 치르게 할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유럽이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북부와 남부 전력 시설이 타격을 입어 보복을 다짐했다.
31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언론에 "유럽의 전쟁 세력이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협력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로부터 상응하는 태도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특별 군사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 차례 평화 논의를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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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8월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드론·미사일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 건물 현장에서 소방관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페스코프 대변인은 비타협적 노선 고수를 부추기고 있는 유럽이 중대 실수를 저지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정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무인기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북부와 남부 전력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약 6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대한 추가 타격을 지시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최근 몇 주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공습을 강화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교통망을 집중 공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과 송유관을 겨냥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고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와 회동 후 "우리는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방식 그대로 적극적인 작전을 계속할 것이다. 병력과 자원은 준비돼 있다. 새로운 '심층 타격'도 계획돼 있다"라는 글을 X에 올렸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DTEK은 러시아 무인기가 밤사이 오데사 지역 내 4곳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방 당국은 31일 새벽 약 2만9천 명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오데사 인근 항구 도시 체르노모르스크로, 올레그 키페르 오데사 주지사는 주택과 행정 건물까지 파손됐다고 밝혔다. 키페르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핵심 인프라는 발전기로 가동 중"이라며, 이번 공격으로 1명이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드론은 31일 새벽 북부 체르니히우 지역도 공격해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했으며, 니진 일부를 포함해 약 3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가 밤새 총 142대의 드론으로 공격했으며 방공망이 대부분 격추했지만, 10개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이 군사용으로 쓰인 우크라이나 항만 인프라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익명의 소식통 2명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항구 인근 해역에서 벨리즈 국기를 단 민간 벌크선이 정체불명의 폭발물과 충돌해 소규모 손상을 입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명에서 "전쟁을 원하는 쪽은 러시아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에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 그리고 G20 국가들의 확고한 입장을 기대한다. 이 전쟁은 전 세계적 불안정을 초래할 뿐이다. 러시아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