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헤더 도중 '더그아웃 트레이드'…도밍게스의 기묘한 이적
2차전에서 친정팀 상대 구원등판해 1이닝 무안타 무실점 호투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30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
1루 홈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이 몸을 푸는 것을 지켜보던 볼티모어 오른손 투수 세란토니 도밍게스(30)는 더블헤더 2차전이 시작되기 전 조용히 더그아웃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몇 분 뒤 3루 원정 더그아웃에서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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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더블헤더 1차전은 볼티모어에서, 2차전은 토론토에서. 30일 더블헤더 도중 상대 팀에 트레이드된 세란토니 도밍게스가 2차전 2-2로 맞선 7회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25.07.30 zangpabo@newspim.com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에서도 희귀한 '더블헤더 중 상대 팀과 맞트레이드'라는 진풍경이 연출된 순간이었다.
도밍게스는 이날 볼티모어와 토론토의 더블헤더 1차전 도중, 볼티모어가 마이너리그 투수 후아론 와츠-브라운에 현금을 얹어 받는 조건으로 토론토에 트레이드됐다. 1차전을 마친 도밍게스는 소식을 듣자마자, 토론토 유니폼을 건네받고 바로 팀에 합류했다.
많게는 팀간 이동 거리가 수천 km인 점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트레이드는 대부분 이적 후 몇 일 뒤에 실전 합류가 이뤄진다. 하지만 도밍게스의 경우는 달랐다. 경기하는 장소가 곧 이적 팀이 있는 곳이었다. MLB닷컴은 "도밍게스는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이적 절차를 완료했다"는 멘트를 남겼다.
도밍게스는 곧바로 2차전 7회말 2-2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준 것을 빼면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삼진 두 개를 솎아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8km. 마치 새 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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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8일 콜로라도와 홈 경기에서 구원 등판한 볼티모어 세란토니 도밍게스. 그는 30일 더블헤더 도중 상대 팀인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다. 2025.07.30 zangpabo@newspim.com |
올 시즌 도밍게스는 44경기에 나가 2승 3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 중인 베테랑 불펜이다. 시즌 후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트레이드 상대였던 유망주 와츠-브라운 역시 그라운드를 걸어서 이적을 마쳤다. 토론토 더블A 뉴햄프셔에서 뛰는 그는 마침 볼티모어 산하 체서피크와 더블헤더 중이었다. 한 구장에서 서로 다른 두 리그의 소속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이적을 마무리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더블헤더 중 트레이드 사례는 극히 드물다. 1922년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의 더블헤더 때 맥스 플랙과 클리프 히스콰이트가 맞트레이드된 기록이 남아 있다. 두 선수는 2차전부터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출전했다.
이후 1982년 뉴욕 메츠에서 당시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된 조엘 영블러드는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에서 1차전 메츠, 2차전 몬트리올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이날 더블헤더는 토론토의 연패로 끝났다. 1차전은 4-16, 2차전은 2-3으로 패배했다. 1차전에서 불펜이 12실점하며 무너졌기에, 도밍게스의 영입은 불펜 재정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도밍게스는 올 시즌 연봉 800만 달러로, 토론토는 잔여 연봉인 약 240만 달러를 부담한다.
볼티모어와 토론토의 차량 이동 거리는 약 790km. 누군가에겐 더그아웃을 옮기는 몇 걸음이었을 뿐이다. 메이저리그의 하루는 그렇게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