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참의원 선거 패배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계속해서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23일 아소 다로 최고고문, 스가 요시히데 부총재,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 세 명의 전직 총리들과 약 1시간 2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이시바 총리는 "강한 위기감을 공유했으며, 당의 분열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일부에서 보도된 사임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미일 간의 관세 협상 합의에 따른 대응 등 정책 과제에 속히 착수하고자 한다며 계속 집권할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회담 참석자 중 한 명은 "총리의 계속 집권을 용인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이대로 가면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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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본부에서 아소 다로 등 전직 총리 3인과 회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옛 모테기파의 중견·신진 의원들은 양원 의원 총회 조기 개최를 요구하며 서명 운동에 돌입했고, 당 청년국이 개최한 온라인 회의에서도 지도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부 지방 조직은 총재 교체 및 당 집행부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방침까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과 당내 정세를 논의한 뒤 아소 최고고문과도 회동했다. 옛 아베파의 유력 의원 4명도 별도로 회합을 갖는 등 차기 정국을 겨냥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집권 연장의 명분으로 삼았던 미일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정치적 명분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도 이시바를 압박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협상이 총리의 퇴장 무대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오는 28일 양원 의원 간담회를 열어 국회의원들의 참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8월 중 선거 총괄을 마친 뒤, 이시바 총리가 스스로 거취를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이시바 총리가 퇴진을 선언하면 자민당은 가을 임시국회 이전에 총재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새 총리가 되려면 일부 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총리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정권 운영의 향방은 한층 더 불확실해질 전망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