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의사 필요, 이대로 한국의 의료 지속 가능하지 않아"
"단순 정원 확대 아닌 지역 의료와 공공성 중심의 재 설계 필요"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공공의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공공의대가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 체계와 교육, 정주 여건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부산에서 노숙인 진료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지부 대표가 지난 10일 뉴스핌 TV '긴급진단'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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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지부 대표. 2025.07.17 aaa22@newspim.com |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의대 추진이 의사들의 반발로 좌초됐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에 대비하고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었다"며 "공공의대는 의료계의 동의 없이도 추진돼야 하는 일로,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이재명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료는 민간 병원만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의료는 국민의 권리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재정과 인력을 직접 투입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에 따르면 실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은 5명 수준이다. 하지만 충청도는 2.3명, 경북은 2.1명에 불과하다. 정 대표는 "최소한 '의사도 못 만나보고 죽었다'는 얘기는 없어야 한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제시했을 때조차 의료계 일각에서는 10~20% 정도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어떻게 지역별 배치와 의대 교육으로 지역성과 공공성에 맞춰 이를 개편하는 등 종합적인 설계"라고 제언했다.
정 대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공적 영역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이대로는 한국의 의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수입이 줄어드니 민간 영역 의사들은 의대 정원에 반대하지만, 공공 분야 의사 수가 늘면 의사들의 노동 시간과 진료 량을 줄일 수 있어 내 일을 줄여줄 동료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갈등하면서도 의사들은 끝까지 환자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먼저 내세웠다"며 "의사들이 억울할 수는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라고 부연했다.
공공의대 설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짚었다. 공공의대 의사의 처우 보장은 물론 필요하면 유학도 보내는 등 연구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부하고 싶은) 의사들을 뒷받침할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방 곳곳에 공공의료원을 세우고, 주치의제를 도입해 노인 등 만성 질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현재 공공의료 비율은 전체의 10% 미만인데, 일본은 30% 수준이다.
1992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정 대표는 부산백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후 감천중앙병원에서 봉직의를 거쳐 2007년 병원을 열었다. 외과 의사인 정 대표는 2006년부터는 부산·경남 인의협 대표를 맡아왔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부산 노숙인 진료소 소장으로도 활동하며 노숙인뿐 아니라 이주민, 파업 노동자 등의 진료를 맡았다.
[다음은 정운용 대표와의 일문일답]
-(신수용 뉴스핌 사회부 기자) KYD 긴급 진단에서 공공의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뉴스핌의 신수용 기자입니다. 오늘 정운용 부산 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먼저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지부 대표) 공공의대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추진하다가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좌절됐죠. 코로나19 재난 상황은 앞으로 또 올 거라고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대는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의사와 의료계, 정부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거죠.
-(정 대표) 지방 소멸의 시기에, 지방 의료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 인구는 수도권보다 훨씬 적지만, 지역은 넓습니다. 그래서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남는 건데, 인구만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 안에서도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돌봄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와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해 나가는 데 공공의대가 필요하죠. 그래서 공공의대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고,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기자)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공공의대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공공의대 설립이 필수 의료나 의료 등 소외계층을 위한 진료 같은 어떤 의료 인력 확충이 필요한 분야나 지역 의료 격차 해소의 실효성이 좀 있다고 보실까요?
-(정 대표) 지금 필수의료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의사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일이 너무 힘들다, 수입이 적다, 소송을 많이 당한다는 겁니다. 이건 대부분 사실이죠. 또, 지역 의료 같은 경우 민간 병원에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것도 사실입니다. 의료가 국민의 권리이고,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면 인력과 재정을 국가, 즉 정부가 투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간 의사들이 지역으로 가지 않는 메커니즘이 지금 한국에는 존재하는 거죠. 정부가 책임지고 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정을 투입해 공공병원이나 공공의료원을 만들고, 거기에 간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의 문제도 같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신 기자) 특히 어떤 부분에 있어서 공공의대 설립이 가장 어떤 효과적일 거라고 보실까요
-(정 대표) 현재 한국의 의대 교육은 의료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배워야 할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저희가 학생일 때 배웠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지금 학생들이 배우고 있고, 이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방 의료나 팬데믹 수준에서, 앞으로 의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나아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에, 주변의 가난한 나라들이나 의료 인력이 부족한 나라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생각해야 하죠.
이런 시야를 갖추기 위해 공공의대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신 기자) 그러면 공공의대 졸업생의 어떤 의무 복무제나 지역 배치제가 지역 의료 격차 해소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실효성이 있다고 보실까요?
-(정 대표) 현재 지역에 국가에서 배치한 의사들을 보면, 공중보건의사가 있습니다. 노동 조건이 상당히 열악하고 전근도 어렵죠. 아무리 군 복무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복무 기간이 일반 병사들은 18개월인데, 공중보건의사는 3년을 채워야 하니까요. 이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코로나 팬데믹 당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 의료를 위해 뭘 했는지를 보면, 몇 명 되지도 않는 공중보건의사들을 대형 병원에 파견했습니다. 민간 대형병원들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강제 동원은 거의 없었죠. 실효성도 떨어졌습니다. 왜냐하면 병원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이들이 수련을 덜 받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전문의가 아니고,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가거나 인턴만 마치고 가는 경우가 많죠. 이런 조건에서 이들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 방법인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대형 민간병원들을 재난 상황에서 동원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지 않았을까요?
-지역 의무 복무제를 10년 정도로 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거 아니냐는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대체로 10년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잘 작동하려면 정주 여건, 수련 여건, 경력 관리 등도 함께 보장돼야 합니다. 의사로서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죠. 억지로 끌려가는 식이면 안 됩니다.
-(신 기자) 연구 환경이나 어떤 유학 환경이나 여러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같이 보장돼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정 대표) 의사들이 그 일을 하다 보면 사명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돈을 잘 벌기 위해 의대에 진학하는 성적 우수자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보다 의대 입시가 훨씬 어려워졌고, 사명감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의대에서 의료 인문학 교육이나 윤리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사명감이라는 것이 이제는 단순한 '의견'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입니다.
-(신 기자)의사를 국가에서 채용해서 국가를 보면 굉장히 높은 연봉과 존경을 주면서 명예로운 자리로 만들었다. 의무 복무제나 배치제가 벌칙이 아니라 오히려 명예로운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해서요.
-(정 대표) 예를 들어, 쿠바에서는 가장 성적이 우수하고 체력이 좋은 의사들을 오지에 파견한다고 합니다. 국가가 전액을 들여 의사를 양성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죠. 사회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더 강조하고, 그런 시스템이 가능한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반대입니다. 가장 성적이 좋은 사람이 대도시 대형병원에 남는 구조입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의사의 급여는 노동자의 평균 임금의 3배에서 5배, 많은 곳은 7배 수준입니다. 한국도 그 정도 수준의 보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 기자) 현재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계속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시는 걸까요?
-(정 대표) '필수의료'라는 개념 자체도 좀 애매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피부병으로 너무 가려워 고통 받는 사람에게는 그게 필수의료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의사들이 워낙 힘든 환경에서 일하니까 그 분야를 떠나고 있습니다. 또 의료 자본주의가 심해지면서 허수가 많아졌죠. 예컨대 강남의 미용, 성형 클리닉에 있는 의사들도 다 의사입니다. 그분들이 미용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은 하겠지만, 국민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은 적을 수 있습니다.
-(정 대표) 소아과 의사 문제도 그래요. 다른 나라에선 감기나 단순 질환은 가정의나 내과의사가 보고, 중증 소아는 소아과 전문의가 봅니다.그런데 우리는 모든 소아환자를 소아과 의사가 다 봐야 한다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게 현재의 의료 이용 행태이고, 문화죠.이 때문에 의사 배치나 시스템이 왜곡되는 면도 많습니다.
-(신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라시는 걸까요?
-(정 대표) 윤석열 정부 시기 이후 지방 의사 중 능력이 출중한 의사들은 대부분 서울로 많이 뽑혀갔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은 일정 부분 있어야 하는 과가 있는데, (의사 없어) 무너지는 과가 많습니다.
-(신 기자) 의정 갈등으로 오히려 지역 의료에서 그런 사각지대가 더 커졌다는 말씀이실까요?
-(정 대표) 그렇습니다. 저는 그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을 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한국의료가 이대로 계속 가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 전달 체계를 바꾸고 국가의 개입 국가의 역할을 늘려야 된다. 그리고 주치의제를 해야 되고 지방의 공공병원을 만들어야 됩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의 노동 시간도 줄이고 진료 량도 좀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의대 정원만 증원해선은 의사들이 반발합니다. 수입이 꾸준히 줄어드는 거를 걱정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그렇지는 않지만 경쟁자가 늘어나는 거죠. 민간에 있으니까요. 공공에 있으면 내 일을 줄여줄 동료가 늘어나서 좋은 건데 공공에 있지 않고 민간에 있으니까 경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힘들게 된다고 여기게 됩니다.
-(신 기자) 윤석열 정권에서의 어떻게 의대 정원 증원은 공적 정책이 이렇게 뭔가 기반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실까요?
-(정 대표) 예 우리는 의사는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런 방식은 안 된다고 봤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입니다.
-(신 기자)주치의 제도와 지역 공공병원에 필요성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 대표) 노인을 위한 진료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 분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진료 량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합니다. 간단한 맹장염 수술도 젊은 사람이면 아무 문제없이 간단하게 끝나지만, 나이가 든 분일수록 아주 복잡해질 수도 있어 노인에 대한 진료 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노인들은 고혈압과 당뇨 등 다양한 병을 갖고 있는데, 이 분들의 진료를 보는 의사는 제각기 달라 노인을 진료할 때 이 분들의 약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 가가 실력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 노인을 노인 환자를 만날 수 있는 주치의가 필요한 거죠. 그래야 낭비적인 진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 기자) 주치의 제도가 공공의대와도 연관이 될 수 있을까요?
-(정 대표) 공공의대에서 지역에 할당되는 의사가 생기면 그 의사가 또 주치의가 될 수 있지 않겟습니까. 결국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공공의료원의 경우는 우리는 10%도 안 되는 데 일본은 30%입니다. 우리나라도 넓은 지역을 포괄하려면 공공의료원 산하에 공공의료원을 또 거점마다 만들고 거기서 주치의 역할도 하고 돌봄도 하고 찾아가는 왕진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기자) 공공의대 신설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민감한 이슈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정 대표)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 정원 문제는 의료계와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며 자신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죠. 제 생각에는, 현재 등록된 의사가 약 13만 명이지만 그중 실질적으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인력은 부족합니다. 허수가 많다고 봅니다. 즉,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맞습니다. 인구는 줄고 현재처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의대로 몰리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이 좋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뛰어나거나 문제 해결에 탁월한 것은 아니니까요.
-(정 대표) 지금 당장은 의사가 더 필요하지만, 향후 인구 변화와 수요를 반영한 인력 추계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합니다.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재정도 열악합니다.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으로는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신 기자) 인력추계위원회 같은 곳에 지역 전문가들도 포함되어야겠네요?
-(정 대표) 맞습니다. 지방정부와 지역 전문가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의료 문제에 대해 그동안 거의 무관심했고, 공공의료원에서는 노조 위원장이 월급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까지 하는 현실이죠. 정치적 계산만 있을 뿐, 실제 재정과 인력 투입에는 미온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며, 많은 고비가 예상됩니다. 현재는 의사가 더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세심한 검토를 바탕으로 조정해나가야 합니다.
-(신 기자) 의사 수가 약 13만 명이라면, 몇 퍼센트 정도 추가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정 대표) 정확한 수치보다는, 과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의 당시 의사들 사이에서 그 수치의 10% 내지 20% 정도는 동의할 수 있다 정도였습니다. 그러면 정원에 300명 내지 500명은 괜찮다는 의견들이었거든요. 중요한 건 몇 명을 더 뽑느냐가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입니다. 수도권엔 인구 1000명당 5명의 의사가 있지만 충청도는 2.3명, 경북은 2.1명입니다. 특히 오지에서는 제때 진료를 못 받아 사망할 위험이 3배 이상입니다.
의사 수 증원보다,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최소한 의사도 못 만나보고 죽었다라든가 이런 이야기는 줄이거나 없애야 될 거 아닙니까.
-(신 기자)OECD 평균 수준인 인구 1000명당 7명 정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정 대표) 당장 7명 수준을 목표로 삼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한국 의사들은 OECD 평균보다 노동시간이 훨씬 깁니다. 단순 수치로 비교하기보다는 한국의 의료 현실에 맞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지역별 통계나 주민 수요에 기반을 둔 접근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신 기자) 그렇다면 지역 주민의 요구와 전문가,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한 계획이 필요하겠네요?
-(정 대표) 그렇습니다. 전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입니다. 지방 사람들은 "우리는 계속 이곳에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부는 소멸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정치인이나 관료가 그 역할을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신 기자) 공공의대 신설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보십니까?
-(정 대표) 공공의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제기됐지만 좌절됐고, 지금은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추진할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의료에 대한 국가가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민간에 떠넘겨 왔습니다. 의사들도 상업적 구조에 내몰린 측면이 있으나, 자신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반발해왔죠. 그 결과 치료를 못 받은 국민들이 생겼고, 의사들에 대한 불신도 커졌습니다. 공공의대는 국민 지지를 받고 있지만, 재정 지원 없이 추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와 각계가 함께 준비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신 기자) 운영 방식이나 교육 내용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정 대표) 공공의대 졸업생들이 어떤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교육 과정부터 지역 보건의료에 적합한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졸업 후에는 정부가 이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지원할지에 대한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신 기자) 공공의대 설립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가 의료계와 어떤 협의를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정 대표) 공공의대는 의료계의 동의 없이도 추진돼야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해야죠.
1년 반의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국민들은 의료계에 큰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갈등하면서도 의사들은 끝까지 환자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먼저 내세웠습니다. 의사들이 억울할 수는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입니다.
-(신 기자) 공공의대 외에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할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정 대표)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의사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의사들은 "지방에는 환자가 없다"고 말하고, 민간 병원은 실제로 지방에 들어가면 망합니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료가 국민의 권리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인구 5만의 지역에는 민간 병원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손실을 감수하며 운영해야 합니다. 공공의료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 대표) 공공의대를 만들어도 근무할 병원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과거 민간 대학에서도 장학생을 뽑아 지역에 배치하려 했지만, 거의 다 실패했죠. 공공의료 체계와 인프라, 재정, 교육까지 함께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신 기자) 결국 공공의대와 공공의료원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나아가 연구 체계와 정부 여건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손봐야 된다는 말씀이실까요?
-(정 대표) 그렇습니다.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실패할 것입니다.
-(신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정 대표)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의사들이 계속 반대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공공의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다만 공공의대만으로는 안 되고, 전체 시스템과 함께 가야 합니다.
-(신 기자) 혹시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정 대표) 정권이 바뀌었고, 정은경 전 질병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분은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한국 의료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장기 계획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보건의료 장기 발전계획이 마련되고, 단계별 의료 개혁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의료계도 정부와 함께 이 길에 동참하길 바랍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