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안효섭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연기 생활 10년차에 스크린 데뷔한다. 제작비 300억이 들어간 대작의 주역으로서 이민호, 블랙핑크 지수 등 글로벌 스타들과 호흡을 맞췄다.
안효섭은 오는 23일 '전독시'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무려 2억뷰에 달하는 화제의 웹소설 원작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연일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더빙 연기 데뷔와 함께 겹경사를 맞게 됐다.
"대본을 처음 받아본 지 한 2년 반 정도 된 것 같은데 글로만 보던 이야기가 현실로 펼쳐지니까 굉장히 감회가 새로워요. 어떻게 보면 좀 어려울 수 있는 지금 어떤 영화 시장에서 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작품이에요. 많은 분들이 즐겁게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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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출연한 배우 안효섭.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 |
대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글로벌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도 모자라 수많은 원작팬들 역시 이 작품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독자 역을 맡아 관객들이 영화 속 사건과 소설, 내용에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배역인 만큼 부담감이 컸을 법도 하다.
"사실 그런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기대작이고 원작 IP가 엄청 크고 부담감이 있지 않느냐. 근데 제 입장에서는 그 부담감을 갖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요.할 수 있는 거는 최선을 다해서 제 독자를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토대로 먼저 생각했고, 원작이 있으니 참고를 하자는 관점으로 접근했죠.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뿐이었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연기했습니다."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웹소설로 연재돼 2억명이 넘는 독자들이 열독했고,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워낙 방대한 원작의 분량을 다 가져갈 수는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원작을 다 보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많은 정보량들이 빠져 있다는 걸 느끼긴 했어요. 왜 그런지도 이해는 갔고요. 어쩔 수 없이 타이트한 2시간 러닝 타임에 많은 정보를 내려다보니까 선택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가지고 갈 건 가지고 가고 포기할 건 과감하게 포기하는 선택을 하셨고, 저는 완벽하게 믿고 지지했어요. 일단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제작사 사무실에 들어가서 감독과 거의 매일같이 대화를 많이 나눴죠. 가장 어려운 건 도대체 독자의 평범함이란 뭐냐, 보편성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였던 것 같아요."
실제로 안효섭은 캐스팅 당시 김병우 감독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독자처럼 평범함이 보였다는 이야기에 조금 놀랐다고. 하지만 이내 납득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독자의 평범함을 이해하고 나니 무리에서 소외되고, 괴롭힘을 당하던 독자가 작품 속 세계의 비밀을 알게되고 사람들을 구하러 나서기까지의 변화를 충실하게 연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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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출연한 배우 안효섭.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 |
"독자의 외양만 봤을 땐 도대체 일반적인 게 뭘까.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가 선입견 같기도 했어요.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고 얼굴이 뚜렷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다 존재하잖아요. 최대한 독자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독자가 어떻게 커왔는지, 왜 사람들 눈을 못 마주치고, 왜 사람들한테 피해 안 주려고 가방을 앞으로 매나.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고민을 시작했죠. 감독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와 감독님이 보는 제 모습은 다를 수 있고, 평범함을 발견하실 수도 있는 거죠. 오히려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워낙 화제를 모은 더빙 데뷔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안효섭은 이 작품에서 최초로 더빙 연기를 선보이는 동시에 영어 더빙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할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왔던 과정들을 들려줬다.
"저도 사실 작품 시기가 겹친 게 좀 신기하기도 하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노 그저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젝트에 참여를 한 것뿐이었는데 너무 큰 사랑을 받았어요. K컬처의 대표적인 두 작품의 주역으로서 어떠냐고 한다면 사실은 별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냥 한 작품 한 작품 제가 흥미가 가고 심장이 끓어서 한 것뿐이죠. 지금의 결과와 타이틀은 감사하지만요. 잘 될지, 안 될지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하고 시작했어요. 그냥 지우가 멋있었고 대본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처음으로 경험해본 더빙 연기에 미국 LA 스튜디오와 영상 통화로 디렉션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촬영한 경험도 낯설기도 했지만, 큰 자산이 됐다. 안효섭은 "두 분의 감독님이 저의 특징들을 잡아내 캐릭터에 풀어낼 수 있게 해주셨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대사를 하면서 스케치를 보고 할 때도 있었고 그림 보고 할 때도 있고 그 프레임 영상을 보고 할 때도 있어서 쉽지는 않았어요. 어려웠는데 워낙 두 분 감독님이 한국 녹음실에서 줌으로 제 연기를 보시면서 정말 편하게 풀어주셨어요.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을 먼저 꺼내놓은 다음에 그 카드들로 만들어낸 느낌이 있어요. 안효섭이 갖고 있는 어떤 매력이 있으면 그걸 최대한 살리시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은 디렉션 따로 주시고 이런 식으로 디테일하게 맞춰나가는 과정이 있었죠. 감독님이 제 작품 '사내맞선'을 재밌게 보셨다고 해요. 마침 또 제가 영어를 하니까 캐스팅이 성사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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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출연한 배우 안효섭.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 |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안효섭은 "독자가 고민하는 그 지점들을 현실적으로 똑같이 관객분들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독시'에 참여하며 계속해서 마주했던 고민을 털어놨다. 실제로 영화는 오롯이 독자의 시점으로 흘러가고 관객들은 그가 이끄는대로 서사를 따라가고 사건에 부딪힌다. 독자의 입장에 돼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도 자연스레 잠기게 된다.
"글로 읽었을 때는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당연히 내가 영웅적으로 이렇게 나서겠지라고 상상은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면은 진짜 그럴 수 있을까 고민은 얼마나 할까 원래 난 이런 사람인데, 나설 수 있을까. 이런 사소한 고민들을 매 순간, 매 신에서 했어요. 독자는 그럴 수 있었을까 여기 지금 나서려면 어떻게 나서야 되는 거야 목소리는 어떻게 나와야 될까. 눈빛은 불안한데 목소리는 커야 될까. 세세한 작업들에 시간을 엄청 할애를 많이 했고요. 독자가 자신감을 얻어서 해결하려고 할 때도 너무 거만한 거 아닐까 혹은 여기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독자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올해로 연기자 데뷔 10년을 맞으며, 안효섭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그야말로 전성기를 열었다. 한국 시장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연한 '전독시'는 개봉을 앞두고 있고 그저 심장이 이끄는대로 선택했던 작품들이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으며 여기까지 왔다. 점점 더 K콘텐츠의 범위와 구성, 참여 방식도 다양화되는 가운데 향후 할리우드 진출과 글로벌 행보에 대한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체감이 막 되지는 않고요. 스스로한테 묵묵히 잘 걸어왔다라고 해주고 싶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저라는 나무의 어떤 기반을 잘 다져놨다면 이제 물을 뿌리고 자랄 시기라고 믿고 싶거든요.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고요. 실망시키지 않는 노력하는 모습 계속 보여드릴 테니까 기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한국의 배우로서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에 알리는 것에 관심이 있고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배우 인생에 있어서 주 목적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헐리우드로 가고 싶냐라고 얘기한다면 모르겠어요. 근데 만약 제안이 왔는데 하고 싶은 작품이냐 그러면 하겠죠.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늘 제작을 어디서하든, 누구와 하든, 어디서 나오든 제가 끌리는 작품에 참여해왔어요. 어떠한 환경이든 간에 제가 걸어왔던 길을 계속 묵묵히 걸어가고 싶은 게 가장 커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