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와 미국이 상호 관세 유예 시한 종료 전에 잠정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10%의 기본 관세에는 합의했고, 유제품과 농업은 잠정 협정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 익스프레스는 소식통을 인용, 인도와 미국이 향후 48시간 내에 소규모 무역 합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이미 협정의 핵심 사항에 합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8일까지의 상호 관세 유예 기한 종료 직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국과 인도 간 잠정 협정에는 인도가 민감하게 여기는 농업과 유제품은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기본 관세 10%에는 합의했고, 인도산 특정 노동집약적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는 할당량 내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도는 피칸과 블루베리 등 일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는 인하할 수 있지만 밀·쌀·옥수수·유제품·유전자변형(GMO) 농산물에 대해서는 어떠한 양보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은 이어 포괄적 무역 협정 논의는 9일 이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는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자국의 요구 사항을 명확히 제시했고 미국의 수용 여부를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인도는 이미 마지노선을 정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 역시 미국과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설정한 협상 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얄 장관은 "양국 모두 이익이 있을 때만 자유무역협정(FTA)은 가능하고, 이는 상호 '윈윈'이 되는 합의여야 한다"며 "국가 이익이 항상 최우선이다. 좋은 협정이라면 인도는 선진국들과의 무역 합의에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어떤 무역 합의도 마감일이나 시한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국가에 이익에 부합할 때만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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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인도는 미국과 가장 먼저 무역 합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직후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고, 지난 2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연내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인도에 26%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도 보복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협상단을 주고 받으며 조기 무역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다만 양국은 자동차 부품과 철강 등 부문별 관세를 두고 이견을 보였고, 특히 인도의 농업 개방 확대에 대한 거부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비즈니스 스탠다드는 "미국은 특정 산업재와 자동차·와인·석유화학 제품·사과·견과류 등에 대한 관세 인하를 원하는 반면 인도는 의류·섬유·보석·가죽 등 노동집약적 분야에 대한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인도가 지금까지 개방한 적 없는 농산물과 유제품 시장 진출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또 다른 매체 프라가티바디는 소식통을 인용, 인도가 농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품목별 양보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부과한 26%의 보복 관세의 완전 철회에 대한 입장도 완화했다고 보도했다.
인도가 당초에는 상호 관세 전면 폐지를 요구했지만, 현재는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유리한 관세를 요구하며 농산물 시장 접근 제한을 대가로 상호 관세의 부분적 인하에도 열려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인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최근 WTO에 보낸 공식 통지문에서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한 25%의 관세가 인도 수출에 28억 9000만 달러(약 3조 9512억원) 규모의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총 7억 2500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미국산 제품에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