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 면세 쿼터 및 예외 적용 요청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0% 보편 관세는 수용하되, 약품과 주류, 반도체, 상용 항공기 등의 관세를 인하해 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현지 시간 30일 보도했다.
EU는 이와 함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25% 관세와 철강, 알루미늄 관세 50%를 효과적으로 인하하기 위한 면세 할당제와 예외 조항 적용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무역 문제를 다루는 유럽집행위원회(EC)는 이런 조치들이 미국에 좀 더 유리하지만 결국 동의할 것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EU는 거의 모든 EU의 수출품에 50% 관세가 확정되는 시한인 7월 9일 이전에 미국과 합의해야 한다. 작년 EU의 대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528억 유로, 철강 및 알루미눔 수출액은 240억 유로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앞서 EU와 미국은 7월9일 시한을 넘겨도 협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잠정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관세와 비관세 장벽, 미국산 제품 구입 및 추가 협력 분야에 대한 내용이 명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무역대표는 이번 주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으로 날아가 협상을 이어간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EU 관리들은 여전히 원론적 합의 정도가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믿고 있지만, 그 같은 임시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EU 집행위는 자동차와 금속 등 품목별 관세와 미국이 앞으로 부과하려는 관세도 사전에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아울러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해결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인공지능(AI) 기술 등 일부 분야에서 미국산을 전략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고 동시에 공동의 경제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집행위는 이날 관세, 비관세 장벽, 전략적 협력 분야와 관련해 미국의 제안을 받은 사실을 회원국에 통보했으나 미국이 어떤 제안을 했는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U 관리들은 다음 주 관세 유예 종료 시한을 앞두고 4개의 시나리오, 즉 ▲수용 가능한 대등한 합의 ▲수용할 수 없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 ▲협상 지속을 위한 마감 시한 연장, ▲협상 중단 및 일방적 관세 인상 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EU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협상과 병행해 협상 실패에 대비해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EU는 트럼프의 철강 관세에 맞서 210억 유로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즉각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해 놓은 상태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지역구이자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인 루이지애나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州)의 경제 기반을 겨냥하고 농산물과 가금류, 오토바이 등 전략적 품목을 대상으로 한 대응 조치를 준비해 뒀다.
또한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보잉사 항공기, 미국산 자동차, 버번위스키 등 950억 유로 규모 미국 수입품에 부과할 추가 관세 리스트를 마련했다. 동시에 미국이 유럽에 의존하는 전략 분야를 찾아 관세 외에 수출 통제, 조달 계약 제한 등의 추가 조치도 '플랜 B'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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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월 다보스 포럼서 만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kongsik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