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동유럽 최대 국가 중 하나인 폴란드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내 곡사포 포탄의 생산량을 현재의 최대 6배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의 기습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게 된 교훈 중의 하나가 아무리 첨단 무기가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 하더라도 포탄이 부족하면 최전선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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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제43독립포병여단 소속 군인이 2S7 피온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5.06.02. ihjang67@newspim.com |
야쿠브 야보로프스키 폴란드 국가자산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수입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곡사포 포탄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보로프스키 장관은 "국영 방산발업체인 PGZ이 며칠 내로 정부 예산 24억 즐로티(약 9000억원)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 자금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인 155㎜ 포탄과 120㎜ 전차 포탄의 생산량을 늘리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PGZ는 현재 연간 약 3만개의 포탄을 생산하고 있는데 3년 이내에 이를 15만~18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야보로프스키 장관은 "러시아가 이웃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전쟁을 통해 155mm 포탄이 현대 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 포탄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단기 목표는 포탄의 국내 생산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해외 공급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국가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함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국가이다. 북쪽으로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러시아의 꼭두각시 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로 군사대비태세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7%로 나토 32개 동맹국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 역량이 아직 미흡해 대부분의 무기를 미국이나 한국, 유럽 동맹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최근 다리우시 루코프스키 폴란드 국가안보국 국장은 "현재 탄약 비축량으로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을 경우 1~2주 정도의 전투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크시스토프 트로피니악 PGZ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탄약 생산 차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PGZ 이외에 또 다른 국내 방산 기업인 니에비아도프도 155mm 포탄을 생산하겠다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으며, 폴란드 최대 화학 그룹인 그루파 아조티는 추진제와 폭발물용 니트로셀룰로오스 등 탄약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