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군이 지난 몇 개월간 상대적으로 소극적 공격에 치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 '여름 공세'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등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과 연계된 전쟁 감시 단체 딥스테이트(Deepstate)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번달 하루 평균 약 13.7㎢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점령 속도의 두 배 이상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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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지 수미에서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달리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군 공세는 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돈바스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을 말한다. 러시아군은 이중 루한스크는 이미 대부분을 장악했고, 도네츠크는 약 70%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YT는 "최근 진격은 주로 도네츠크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이번달 (도네츠크의) 포크로우스크와 토레츠크 사이 방어선을 돌파한 뒤,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마지막 지역 물류 허브를 향해 북쪽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또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 지역인 수미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곳은 작년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침공했던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과 맞닿은 곳으로,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낸 뒤 국경을 넘어 적극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수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충지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군은 이와 함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후방 전역에 대한 공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밤의 경우 러시아군은 키이우 등에 367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9발을 포함해 모두 56발이 방공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12명이 사망했다.
유엔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4월의 경우 민간인 사망자는 2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번 여름 공세를 통해 도네츠크 지역의 미점령 구역을 차지하는 한편, 올해 말로 예상되는 평화 협상에서 더 유리한 카드를 만들어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전장에서 우위를 점해 온 러시아가 어떤 협상에서든 군사적 압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봄과 가을에는 땅이 젖어 적극적인 군사 작전을 펼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작전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랜드연구소 선임 정치학자 사무엘 차랍은 "러시아는 싸우면서 동시에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다"며 "이번 공세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 이전에 휴전을 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독립 언론사인 메두자의 군사 분석가 드미트리 쿠즈네츠는 "이번 공세의 더 큰 목적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에게 러시아가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기꺼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