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울산남구점·대전문화점·전주완산점 해지 통보...협상 난항
DL그룹 임대수익 공백·금융비용 부담 전망...부동산 가치 하락도
우수한 자금여력 토대 부지 다양한 활용 고민...협상 결과 이목 집중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전국 점포 10곳에 추가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DL그룹 보유 지점 3곳이 계약 해지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홈플러스는 임대료 인하와 계약기간 이상 단축을 요구했지만 DL그룹이 이에 반발하며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협상 결렬에 따른 폐점 시 DL그룹은 임대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는 동시에 금융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매각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DL그룹의 자금 여력이 우수한 만큼, 홈플러스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주택 사업 등 부지 활용의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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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 보유 홈플러스 점포 2024년 금융비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DL그룹, 폐점 시 금융비용 부담 우려...매각도 난항 예상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DL그룹이 보유한 홈플러스 점포 울산남구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은 홈플러스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홈플러스와 임대료 및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해왔지만 진전이 없던 탓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임대차 형태로 운영 중인 68개 점포에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최종 답변을 이달 31일까지 달라고 통보했다. 이틀에 불과한 기간 내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며 경영이 어려워지자 DL그룹이 보유한 점포 5곳에 대해 임대료 약 30~50% 인하 및 계약기간 단축을 요구했다. 그러나 DL그룹은 임대료가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해당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홈플러스는 '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며 협상력을 높이고자 하는 모습이다. 다만 의정부점과 인천인하대점은 계약 해지 대상 점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DL그룹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계약 해지 시 DL그룹은 한 달에 수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아예 받지 못하게 된다. 그동안 DL그룹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통해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를 받은 후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을 상환하고 수익을 창출해왔다. 계약 해지로 임대수익 수취가 어려워지면 DL그룹은 자체 자금만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의정부점과 울산남구점의 부동산을 운영하는 PFV인 울산의정부PFV의 금융비용은 167억원에 달한다. 대전문화점을 맡는 대전문화PFV의 금융비용은 35억원이었다. 전주완산점 관련 전주완산PFV의 금융비용은 25억원으로 나타났다. 세 PFV 모두 DL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DL이앤씨가 지분 47.5%, 지주사인 대림이 40%, 자산관리 계열사 대림투자운용이 0.5%를 갖고 있다. 임대수익이 아예 끊기게 된다면 자금 조달에 대한 DL그룹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폐점이 현실화할 시 부동산 가치 하락도 우려된다. DL그룹은 2021년 유경PSG자산운용으로부터 의정부점과 울산남구점을 3475억원에 매입했다. 같은해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는 인천인하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을 3500억원을 들여 샀다. 다만 이는 홈플러스라는 유통시설이 들어섰을 때의 가격이다. 계약 해지 후 DL그룹이 부동산 매각에 나서더라도 유통시설이 사라진 부지에 대해 매각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울산남구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은 모두 입지가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각 지역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다. 그러나 침체가 심각한 지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입지가 우수하더라도 수천억원 규모의 매입가에 응할 매입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유통시설이 부재한 상황에서 다시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개발 호재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계약 해지 후 매각 추진 시 부지가 수익 창출 없이 장기간 유휴 상태로 방치될 우려가 존재한다.
◆ DL그룹, 자금 여력 기반 부지 활용 방안 모색
공실 우려에도 재정적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PFV에 대한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DL이앤씨의 재무 구조가 안정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DL이앤씨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 711억원이었다. 보유한 순현금은 994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임에도 PFV 관련 금융비용 부담을 원활하게 완화하기도 했다. DL그룹의 신용도를 토대로 대림과 DL이앤씨의 신용보강으로 만기가 도래한 울산의정부PFV의 차입금을 기존 대비 낮은 금리로 리파이낸싱한 것이다. 홈플러스에서 임대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DL그룹에 부담 요인인 것은 사실이나, 임대료 인하라는 일방적 요구에 응해야만 할 만큼 자금 여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DL그룹도 홈플러스의 제안을 수용하기보다는 부지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DL이앤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4년 제3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제안사업 공모'에 회사가 보유한 홈플러스 점포 5곳을 사업 대상지로 신청했다. 이중 대전문화점이 선정돼 DL이앤씨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HUG의 사업비 검증 및 국토교통부의 리츠 영업인가 등 절차를 거쳐 해당 부지에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홈플러스가 계속 임대료 삭감 요구를 이어갈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울산남구점과 전주완산점은 전국 홈플러스 매출 상위권에 해당한다. 홈플러스는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부 점포의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매출 상위권 점포 폐점 시 영업이익 감소에 직면하게 된다. 직원들에게 점포가 폐점하더라도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폐점 시 인력 배분 문제도 홈플러스가 해결해야 한다. DL그룹이 홈플러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도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협상은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홈플러스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홈플러스와 추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 계획안 제출 때까지 계속 협상을 할 것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 대상 점포가 축소될 여지가 있다"며 폐점 점포가 발생하더라도 직원의 고용은 자사에서 책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