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 후방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양국간 장거리 미사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장거리 미사일은 내년 중반쯤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독자적으로 생산하게 된다면 러시아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라고 평가받고 있는 공습 능력이 상당히 향상되고 전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독일은 또 우크라이나에 약 50억 유로(약 7조7600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크라이나에 많은 지원을 하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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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 독일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두 정상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에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러시아 통제 영토에 있는 군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생산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시스템과 미사일 개발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첫 생산분은 내년 6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우크라이나에 생산 공장을 짓고, 독일이 기술과 시스템,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츠 총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무기를 공동 생산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양국간 산업 차원의 협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지난 세기에 이미 몇 번이나 겪었던 것과 같은 추락, 즉 붕괴의 길로 치닫고 있다"며 "이 나라의 책임감 있는 정치인들이 올바른 결론을 내리고 이 광기를 멈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유럽 여러 나라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로 출발하기 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술 한계나 장거리 무기 부족이 아니라 돈"이라며 "(우방들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국내의 군사 물자 생산을 최대 용량까지 확대하기 위해 올해 3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녁 대국민 담화에서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장비와 관련 "공격용 드론과 요격기,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 이것들이 핵심 요소"라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km 이상에 달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Taurus)를 보유하고 있다. 이 미사일 기술이 전수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직선 거리는 500km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