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어제의 인문학] 시인 김수영과 아내 김현경, '짧은 만남, 긴 이별'

기사입력 : 2025년05월26일 15:30

최종수정 : 2025년05월26일 18:18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김수영이 떠난지 57년, 시인을 추억하면서 살았던 삶
'아방가르드 한 여자'였던 현경도 다시 시인 곁으로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수영(1921~1968)이 '아방가르드 여인'이라 칭했던 아내 김현경 여사가 지난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연 98세. 교통사고로 일찍 떠난 남편보다 57년을 더 살다가 세상과 작별했다. 비로소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의 시간 동안 김현경은 적지 않은 저작물과 인터뷰 등을 통해 김수영과의 추억을 남겨놓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9월 시인 이승하(왼쪽)가 오장환문학관 앞에서 김현경 여사와 기념쵤영을 했다. [사진 = 시인 이승하 제공] 2025.05.26 oks34@newspim.com

서울에서 태어난 현경은 부잣집 딸이었다. 대지주 집안 출신의 어머니와 경성제일고보를 나온 엘리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김흥성은 1929년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박람회를 기획하고 금광 채굴 사업과 무역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1944년 진명여고를 졸업한 김현경은 정신대나 군수공장으로 징용을 피하기 위해 임시 교사 선발 시험을 보고 경기도의 한 보통학교 임시 교사로 일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1942년 김수영의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진명여고 3학년 때 김수영을 처음 만난 현경은 이후 편지를 주고받다가 이화여대 영문과에 진학한 뒤부터 시를 매개로 자주 만난다. 현경은 그 당시에도 이미 '시로서는 당해낼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경에게 수영은 그저 '아저씨'였다. 그러나 김수영에게 현경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수영. [사진 = 민음사] 2025.05.26 oks34@newspim.com

그런 현경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947년 5월 10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남산 장충단공원 산책로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데이트 중이던 젊은 남녀 한 쌍이 쓰러졌다. 머리를 맞은 남성은 즉사했고, 여성은 옆구리 관통상을 당했다. 시인 배인철과 이화여대 2학년 영문과에 다니고 있었던 김현경이었다.

배인철(1920∼1947)은 당시 나이 28세. 단 5편의 시를 발표한 젊은 시인이었다. 5편의 시가 모두 흑인을 노래한 시였다. 그가 서울 한복판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이유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칙이 엄격했던 이화여대 생 현경은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김수영은 그런 현경에게 찾아와 같이 '문학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현경이 데이트할 때 여의도의 한적한 물웅덩이에 알몸이 되어 뛰어든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김수영은 그날의 일을 두고 "당신은 참 아방가르드한 여자야. 어디서 그런 실험 정신이 나왔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김수영은 바이런의 시 '마이 소울 이즈 다크(My soul is dark)'로 사랑을 고백했다. 현경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된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현경 산문집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사진 = 푸른사상]  2025.05.26 oks34@newspim.com

신혼시절 한국전쟁이 터지고 임신한 지 두 달 만에 김수영 시인이 북에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이어진 탈출과 포로 수용소 생활, 이별과 재회가 이어졌다. 전쟁이 끝난 뒤 두 사람은 한강 가까운 구수동에 농가를 사서 양옥집으로 개조해서 살았다. 현경은 김수영이 문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했다. 김수영이 아내와 함께 닭을 키우며 살던 시절 이야기는 그의 산문집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시절 김수영 시 속의 현경은 '여편네'였다.   

대표작 '풀'을 발표한 지 17일 만인 1968년 6월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김수영은 세상을 떠났다. '절대 자유'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갔던 시인의 삶이 술 마시고 돌아오던 저녁, 허망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현경은 두 아이와 함께 남겨진뒤에도 평생 남편 김수영을 위해 살았다.

현경은 김수영의 첫 번째 독자요 비평가, 문학적 동지였다. 산문집 '김수영의 연인'(2013)과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2020)을 내기도 했다. 현경은 책 속에서 "(김수영이) 늘 작품을 한 편 완성하면 개선 장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봄날같이 평온한 날들이 달포쯤 지나면 여지없이 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시 새로운 시를 쓰느라 꼭 몸부림 같은 진통을 겪는 것이었다. 일 년에 열두 편에서 열세 편의 시들, 김 시인은 자신만의 주기를 갖고 있었다"고 썼다.

현경은 또 "(김수영은) 개인으로서 시인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안일과 무위(無爲)를 극도로 거부한 그였다. 오직 존재의 참되고 아름다운 정신의 지표를 바랐다. 자학까지 하면서 그는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길가에서 자라나던 무성한 풀잎들, 내 가슴 속에는 언제나 그의 싱싱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라고 썼다.

아무튼 김수영은 55년 만에 만난 아내 김현경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넸을까 궁금하다.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노벨문학상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누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은 헝가리의 소설가이자 각본가인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 오후 8시(한국 시간)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를 올해의 수상자로 호명했다. 한림원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종말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키는 강렬하고 예지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사진 = 노벨상위원회] 2025.10.09 oks34@newspim.com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들은 난해한 문체와 종말론적인 테마로 유명하다. 1954년생인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문학을 전공하면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대학졸업후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그는 1985년 데뷔작인 '사탄탱고'로 문학성을 인정받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몽골, 중국에서 거주했으며 '저항의 멜랑꼴리'와 '전쟁과 전쟁'을 발표한 이후 미국, 스페인, 일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해왔다. 2015년에는 헝가리 최초로 맨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했고,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돼 왔다. '파멸''사탄탱고''런던에서 온 사나이''토리노의 말'등 각본을 쓰기도 했다. 수전 손택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 최고 거장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번역되어 소개된 '사탄탱고'는 공산체제 하에서 무기력하고 비참하고 곤궁하게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oks34@newspim.com 2025-10-09 20:47
사진
'국정자원 화재' 1등급 복구율 62.5%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마비된 정부 전산시스템이 709개로 정정됐다. 화재로 멈춘 일부 시스템은 대구센터나 대전센터 내 타 전산실로 이전해 복구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화재 관련 상황과 복구 진행현황을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2025.10.09 photo@newspim.com 브리핑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통합운영관리시스템인 엔탑스(nTOPS)의 데이터가 복구돼 대전센터의 전체 시스템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부처와 확인 과정을 거쳐 시스템 목록을 709개로 확정했다. 기존에 정부가 공지한 647개에서 62개가 추가된 것이다.  이는 우체국금융, 공직자통합메일과 같은 일부 시스템이 기능별로 세분화돼 시스템 수가 증가했고, 온나라문서 시스템은 기관별로 있던 목록이 정부업무관리시스템으로 통합되는 등 목록 변화에 따른 것이다. 현재 목록의 등급별 시스템 수는 1등급 40개, 2등급 68개, 3등급 261개, 4등급 340개다.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정부 전산시스템은 이날 12시 기준으로 193개(27.2%) 시스템이 복구됐다. 1등급 시스템 40개 중에서는 25개(62.5%)가 복구돼 운영 중이다. 또 이달 말까지 도입 예정이던 장비를 연휴 중 도입해 현재까지 서버 90식, 네트워크 장비 64식 등 198식의 전산장비를 신규로 도입했다. 중대본은 장비 설치가 완료되는 15일 이후부터는 복구되는 시스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분진 및 화재 피해를 입은 5층 전산실의 시스템은 소관 부처와의 협의 및 세부 검토를 거쳐 대구센터로 이전하거나 대전센터 내 타 전산실로 이전해 복구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5층의 시스템 전체를 대구센터로 이전하는 것보다 대전센터에서 신속히 장비를 수급하여 복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기술적 판단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전센터는 5전산실 및 6전산실에 신규장비를 설치해 시스템을 복구하고, 대구센터 이전 시스템은 민간 클라우드사와 소관부처 간의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이전할 계획이다. gdy10@newspim.com 2025-10-09 14:4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