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선거 고려 않고 데이터로 판단"
금리인하 보다 올 성장 전망에 더 관심
새 정부 초반 통화신용 정책 기조 분수령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 오는 2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는 현 2.75%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p) 인하하느냐 아니면 현 수준에서 동결 하느냐 여부 외에도 여러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충격과 이에 따른 국제 통상 환경의 극도의 불확실성세에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의 경기 둔화 위험이 얼마나 나타날 지에 대한 한은의 분석과 전망이 나온다. 또 대형 정치 이벤트인 대통령선거를 불과 닷새 앞두고 열려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별개로 자연스럽게 새 정부 통화정책방향의 기조를 잡게 되어 있다.
시장에서는 대다수 한은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25bp(1bp=0.01%p) 인하하는 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5월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국회 출석이나 해외 출장 등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다",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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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4.17 photo@newspim.com |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이날 한은이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과 이날 이 총재가 간담회에서 밝힐 '워딩' 을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이미 4월 금통위에서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따른 경기하방 위험을 경고하면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금리 동결의 이유를 "대내외 여건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해서"라고 밝혔다.
그리고 대선 직전의 금리결정 회의에 대한 정치적 논란에 대해 '선거를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이 총재가 말한 '데이터'의 요체가 29일 금통위 회의와 동시에 내놓을 경제전망을 의미한다. 한은은 지난해 마지막인 11월 전망을 통해 올해 1.9%의 성장률을 전망했다가 올해 2월 전망을 통해 1.5%로 낮춰잡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제 성장률(잠정)이 2월의 0.2% 분기 성장 전망에서 오히려 -0.2%(정확히는 -0.246%)의 '역성장' 쇼크를 기록하며 성장률 전망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와 금융연구원 등이 달 초 수정전망을 통해 0.8%라는 0%대 성장률을 제시했기 때문에 한은의 전망도 0%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2월 내놓은 미국 관세정책 관련 시나리오에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대입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대 이하의 성장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이번 주 보도계획에서 경제전망과 그동안 몇차례 시도했다가 무산됐던 "美 관세조치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주제의 분석 박스를 브리핑 자료로 내놓는다.
성장률 전망의 하향 정도를 축소하는 긍정적인 변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예상치 못한 미·중 간의 파격 관세 협의다. 90일 유예기간 동안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등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숫자를 다시 높여 잡아야 한다는 점 등이 작용한다. 이창용 총재도 최근 KDI와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관세 유예는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통상 협상 진행 상황과 추가경정예산, 민간소비와 기업들의 투자 등이 긍정과 부정의 '불확실성'속을 오가고 있다. 미국과 글로벌 각국 정부의 통상 협상과 우리나라와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 시장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주목하는 것은 5월 금리인하 여부와 별개로 이 판단에 따라 연말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4월 이전에는 연말 최종금리 수준을 현재보다 2번 정도(각각 25bp) 금리 인하를 의미하는 2.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나 한은의 경기판단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할 경우 금리인하 횟수나 폭(빅컷) 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종금리는 2%내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는 한다. 하지만 핵심은 속도 조절"이라며 "경기와 환율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보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결국 29일 금통위는 이 총재와 한은이 보는 한국 경제의 최근 흐름과 이에 대응하는 우리 통화정책이 가야할 '속도'를 확인하는 중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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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