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빨간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떤가"...색깔론 탈피 강조
2주차 '커피 원가 120원' 등 직격...조봉암 선생 언급하며 '사법 살인' 겨냥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까만 고양이면 어떻고 빨간 고양이면 어떻고 노란 고양이면 어떻습니까.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겁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면 어떻고, 무소속의 이재명이면 어떻고, 가능성은 없지만 국민의힘의 이재명이면 어떻습니까? (5월 12일, 대구)
"6월 3일은 '압도적 승리의 날'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압도적 응징의 날'입니다. 압도적으로 응징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도적으로 이깁니다"(5월 20일, 경기 의정부)
6·3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 10일차인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메시지 변화가 감지된다. 첫주는 영호남을 가로지르며 '통합'을 외쳤다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을 순회하는 2주차는 자신을 향한 정치적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이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서 자신의 성과를 부각하며 수권능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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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05.21 yooksa@newspim.com |
◆ 1주차 "빨간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떤가"...색깔론 탈피 강조
1주차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통합과 호소, 설득이었다.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강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서인지 첫 유세지인 경기 동탄시를 비롯해 울산 등에서 자신은 절대 정치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3일 울산에서 "북극항로가 열릴 것을 미리 준비해서 우리도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일 하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쓸데없는 정치 보복이나 뒷조사, 불필요한 갈등 대립으로 시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누구처럼 유치하게 사소한 문제로 편 가르고 졸렬하게 누구 뒤나 파고 그런 것 안 한다. 바빠서 못 한다"고 했다.
민주당 열세 지역에선 적극적으로 자신을 '세일즈'했다.
"맹목적으로 파란색이니까, 빨간색이니까 무조건 찍어주니 (정치인들이) 주인으로 높이 바라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좀 바꿔서 쓰세요. 신상도 좀 써보세요. 이재명도 한 번 써보세요" (12일 대구 유세)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도 이 후보는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15일 전남 순천 유세에서 "통합의 정부,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국민주권주의'를 관철하되 국민을 통합하는 정부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주차 때 이순신 장군과 선조·정조의 사례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한 사람의 리더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설득했다. 그는 순천에서 "똑같은 수군과 똑같은 전함인데 원균은 판판이 깨졌지만,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연승이라고 하는 세계 해전사에 없는 엄청난 전과를 올리고 조선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조는 조선을 그렇게 백성들의 피바다로 만들었지만 똑같은 조선에서 똑같은 조선인데 정조는 조선을 동아시아 최고의 부흥 국가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리더, 책임자가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지옥도 만들 수 있고 천국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유권자 표심에 호소했다.
◆ 2주차 '커피 원가 120원' 등 직격...조봉암 선생 언급하며 '사법 살인' 겨냥
2주차 유세에서 이 후보는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안방'인 경기도 지역을 순회하는 일정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설득과 호소의 언어를 사용하던 1주차에 비해서는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자신을 향한 공세를 정면돌파했다. 이 후보는 '커피 한 잔 원가가 120원'라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자영업자의 노고를 폄하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직접적으로 반박했다. 이 후보는 고양시 유세에서 "(성남시장 시절) 계곡을 정비하면서 상인들을 설득하지 않았나. '닭죽 팔아서 6만원 받아봐야 3~4만원밖에 더 남냐. 내가 알아보니 커피 원가 120원이더라. 그거 8000원~1만원 받고 팔면 훨씬 좋지 않나'라고 말한 게 자영업자 폄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포 유세에서도 "여러분들이 이런 점에 대해 책임을 물어줘야 한다. 언론 중 일부가 가짜정보를 조작하고 왜곡해서 특정 정치인·집단을 공격하고 특정 정치인하고 뭉쳐서 국민의 주권 의사를 왜곡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20일 의정부시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연설 분량을 줄여도 되지 않느냐는 제언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언론의 고의적인 왜곡이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이어진 유세에서도 그는 "할 말을 했는데 꼬투리를 잡으면 잡는 사람이 나쁜 사람아닌가. 할 말 한 제가 잘못인가"라고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의정부 유세에서 응징이라는 단어를 4번이나 사용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인천 유세에서도 강한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구 선생, 조봉암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사법 살인'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만약 조봉암 선생이 살아있었다면 이승만의 독재도 그리 길지 못했을 것이고 박정희의 장기 군사독재도 없었을 것이다.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반란과 내란은 계속되고 있고 정적에 대한 제거 음모는 계속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방탄 유리를 설치하고 경호원들이 경호하는 가운데 유세를 해야 하는 것이 이재명 그리고 민주당의 잘못인가. 이게 비아냥거릴 일인가"라면서 "다시는 누구도 사법살인 당하지 않고 칼에 찔려 죽지 않고 총에 맞아 죽지 않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민주국가로 우리가 우뚝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 후보의 유세 현장 연단에 세운 방탄유리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 후보는 연설 도중 점퍼 지퍼를 내리면서 "방탄조끼 입고 방탄유리 다 쳐 놓고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되겠나"라며 "나는 필요 없다. 총 맞을 일 있으면 나는 맞겠다"고 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