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아시아개발은행 총회서 기자단 간담회
"금리 낮출 것… 외부 변화 따라 시기 조정"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국내 상황에 대해선 "대외 신인도 하락이 경제가 가라앉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율 변동이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장중 1487.6원까지 오르며 15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2일 장중 1391원까지 떨어졌다. 13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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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차관보,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 란 포안 중국 재무장관,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 등이 4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5.05 ojh1111@newspim.com |
이 총재는 환율 하락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미국이 개별 국가들 만나면서 환율 절상 압력을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중 간 협상 타결 확률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오는데,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뀌면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의 양방향 변동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우리 외환시장은 딜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며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를 쉽게 내리면 대외적으로 한국 중앙은행은 환율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론 금리 하향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여러 지표를 볼 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야 할 가능성이 크기에 기준 금리를 낮출 이유가 많다"며 "금리인하 횟수는 성장률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0.5%포인트(p) 인하의 '빅컷'을 단행할 확률을 묻는 질문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이어 사퇴한 것에 대해선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최 전 장관에 대해 "사퇴는 말릴 시간도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같이 고생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가게 되니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대외만큼 대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나 정부 지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어 대내 불확실성이 빨리 가라앉았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밀라노에 체류하고 있다. 이달 10∼12일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