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회장, 약 1000억원 규모 사재출연
경영 정상화 턱없이 부족 '생색내기' 지적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문제도 답변해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지난 10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출연 소식을 알렸다. 홈플러스에 600억원 규모의 DIP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 대출 제공과 개인 증여를 포함해 약 1000억원 규모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달 16일 사재 출연을 통해 상거래채권을 변제하겠다고 발표하며 홈플러스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당시 업계에선 김 회장이 사재출연과 국회 출석을 맞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당시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조합의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이 이번에 갑작스럽게 사재출연 소식을 알린 건 야당 의원들의 경고와 무관치 않다. 정무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김 회장이 구체적인 사재 출연과 변제 재원 마련 방안을 10일까지 제시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 소식을 전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출연금 규모가 피해 및 경영 정상화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해결해야 할 채무와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1조5000억원의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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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 규모와 방식을 두고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DIP 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것을 두고선 사실상 김 회장 돈이 한 푼도 투입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DIP 대출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 공익채권은 무보증 채권 중 변제 순위가 가장 앞선다. 즉, 다른 채권자들을 뒤로 밀어내게 되기 때문에 추후 회생 계획안 인가 시 채권단이 반발할 여지도 있다. DIP 대출의 금리가 10%에 이르러, 고금리 대출로 이자 부담이 큰 홈플러스에 추가 부담을 안겼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채권단은 "대출 보증은 사재 출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사재출연에 그치지 않는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경위에 대해 지금이라도 김 회장은 솔직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MBK는 그간 신용등급 강등이 확정된 이후에야 법원 회생 신청을 준비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경위에 대해 "MBK와 홈플러스의 해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검사·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이달 중 검찰 등과 함께 절차에 따른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손실을 본 상거래 채권자들과 개인, 기업 투자자들의 보상을 위해 김 회장은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홈플러스 기업 회생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