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순익 차이 최대 750%…중소거래소는 호재 수혜 못입어
점유율 격차 따라 '주 수입원' 수수료 수입 양극화 극심
"점유율 격차 정책적 해소보다 신사업 확대 기반 조성 필요"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비트코인 반감기와 친(親) 가상자산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 호재에 따른 시장 활황에 힘입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업비트, 빗썸과 같은 대형 거래소들과 점유율 0~2%대에 수렴하는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들 사이 빈부격차는 더욱 극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제도권 진입 시 관련 인력 구축 및 규제 대응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수익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인 거래 외에도 수탁부터 대출 등 코인을 활용한 신사업을 펼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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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294억원을 기록했다.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의 영업수익(매출)은 총 2조2668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2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호재가 겹치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가상자산 대장 종목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개당 가격이 1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는 웃지 못했다. 별도 기준으로 실적을 살펴보면, 점유율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7812억원) 대비 26% 늘어난 9881억원을 기록했다. 점유율 2위인 빗썸은 전년 동기(243억원) 대비 무려 565.8% 증가한 1619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반면 코인원과 코빗은 지난해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각각 156억원, 9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코인원은 주주사인 컴투스홀딩스 연결 기준으로는 최근 3년간 ▲2022년 29억원 ▲2023년 44억원 ▲2024년 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코빗 역시 2대 주주 SK스퀘어 집계상으로는 ▲2022년 124억원 ▲2023년 67억원 ▲2024년 90억원 손실이었다.
2022년 고파이 사태 여파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지난 2023년 514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305억원 손실로 적자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거래소들은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주 수입원인데, 수수료 수입만 떼놓고 봐도 ▲두나무 1조6490억원 ▲빗썸 4961억원 ▲코인원 442억원 ▲코빗 87억원 ▲고팍스 19억원 순으로 역시 거래소간 양극화가 극심하다.
이는 업비트와 빗썸이 꽉 쥐고 있는 시장 점유율에서 비롯된 결과다. 코인게코 집계에 따르면 이들 거래소의 지난 3월 평균 점유율은 ▲업비트 71.9% ▲빗썸 24.8% ▲코인원 2.5% ▲코빗 0.5% ▲고팍스 0.3% 순이다. 업비트와 빗썸 두 회사가 사실상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야 모두 조기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친 가상자산정책 준비에 혈안이지만 새로운 정권 출범에도 중소형거래소들이 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의 숙원 과제인 제도권 진입 시 그에 따른 책임비용도 늘어날 공산이 커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이 탄탄하지 않은 거래소들로서는 개발 시스템 및 인력 확보 등 시장감시 시스템 구축 비용도 부담"이라며 "이미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준비금 역시 어디에 지출하는 건 아니라도 이익잉여금에서 준비금 항목으로 묶여 사실상 규제비용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업계에도 감독분담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분담금 요율은 영업수익(매출)의 약 0.6% 수준으로 책정했다. 당초 금감원이 잠정적으로 정했던 요율(0.4%)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고팍스를 제외한 주요 거래소들은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억대 분담금을 부담하게 됐다. 고팍스의 분담금은 약 2000만원대로 추산된다.
업계에서 꼽는 거래소간 점유율·수익성 양극화 해결법은 신사업 활로 확대다. 지금까지 중소형거래소들은 대형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코인 상장 등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였는데,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밈코인' 규제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인 거래에서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점유율 격차를 정책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정부의 시장개입 문제 등 논란거리가 있다"며 "수탁부터 대출, 거래소공개(IEO) 등을 허용해 거래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도록 길을 열어준다면 자유롭고 건강한 경쟁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