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 투자 3.6조 유증
미국·유럽 방위비 및 정책 변화에 선제 대응 나선 K-방산 투자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앞세워 미래 전장 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한다.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표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국내 방산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자금 조달로, K-방산 전반에 '투자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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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미국 샌디에이고 GA-ASI 본사를 방문한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무인기 생산 공장을 둘러 보고 린든 블루(Linden Blue) GA-ASI 부회장 겸 CEO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한화에어로] |
◆유럽·미국 방위비 증강에 선제 대응 나선 한화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그룹이 글로벌 방산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유럽연합(EU)이 최근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며 독자적 방산 체계 구축에 나선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미국 내 해양방산 및 조선 산업 기반 강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그간 보수적으로 평가되던 국내 방산업계의 투자 심리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먼저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를 통해 해외 지상방산, 조선해양, 해양방산 거점을 확보하여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Top Tier)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목표다.
특히 중장기적 방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2035년까지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달 자금 중 1조6000억원은 해외 지상방산 투자 및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한 지분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단순 무기 판매보다는 현지 생산 기반을 조건으로 한 협력 모델이 각광받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국내 투자에도 9000억원이 투입된다.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토리 설립과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운영에 자금을 집중한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방산 및 조선해양 거점 확보를 위해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개발 및 생산 시설 확보에는 3000억원이 각각 투자된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전문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Gray Eagle-STOL(GE-STOL)'의 공동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 체계 및 엔진 개발, 시설 구축 등에 7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00억원을 무인기 관련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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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수상정 '해검-2'. [사진=LIG넥스원] |
◆가격 경쟁력 뛰어난 K-방산, 투자 기회 물색 중
업계에선 이번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 내에서 신뢰할 만한 방산 기업이 드물고, 유럽의 재무장 기조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성격을 띤 만큼, 한화의 유럽 진출은 적기에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국 방산 기업은 유럽 기업 대비 저렴한 제품군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동유럽에서 수요가 있는 자주포는 독일산 PzH2000 대비 한국의 K9자주포가 60% 가량 저렴하다.
한화 외에도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말 LS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글로벌 방산 시장 대응을 위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LS는 LS엠트론을 통해 전차·장갑차·자주포 등 궤도형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무인화 기술을 보유한 LIG넥스원과의 기술·인적 자원 교류, 합작투자회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1차 계약에 이어, 2차 물량 180대에 대한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 전반에 걸친 글로벌 확장 움직임은 한화의 대규모 유증을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