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탐구의 소슬한 여정을 시로 형상화 해
[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한국시단의 원로인 이태수 시인(78)이 수물두 번째 시집 '은파'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에 해당하는 '은파, 옛꿈' '은파, 먼 불빛'을 비롯해 총 78편의 시가 4부로 나눠져 있다.
"아침 창가에 앉아 어디로 가볼까 궁리한다/가야 할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한참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다"('낭패2'), "안 보이는 바람이 분다/또 어디로가야 하나/허공에 떠서 가는 뜬구름"('늦가을에')
"때가 되면 지고 마는 것이 나뭇잎뿐이랴/주위를 돌아보면 가까웠던 사람들이/하나둘 가야할 길을 떠나가고 말아/늦가을 황혼 무렵의 낙엽에 마음 쓰인다"('조락凋落'),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야만 하는/이 여로가 그래도 고맙다/구부러진 이 여행길에/반려가 되어주는 술이 고맙다"('술이 고맙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린 아우들과/아버지 여의고 헤매던 그 시절/그 해맑은 꿈들이 보이고/그 꿈들을 좇으면서 걷던 길들도 보인다/하지만 두 아우가 가버린/이제야 못다 이뤘던 그 옛꿈을/다시 가슴 아프게 바라봐야만 한다"('은파, 옛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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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용락 기자] 이태수 시인의 22번째 시집 '은파' [사진=출판사]2025.03.25 yrk525@newspim.com |
이 시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태수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전 그의 시집에서 보였던 추상적인 관념성과 불필요한 언어의 반복 등이 제거되고 삶의 구체성과 세월의 연륜이 깊은 미학적 공간을 확대하면서 돌올하게 드러나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숭원 교수(서울여대 명예교수)는 이태수 시의 본령을 '창조의 방향과 시의 본령' '자기 탐구의 길' '순수의 표상과 동경' '섭생과 순리의 시학'이라고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분석한 후 이번 시집을 "존재 탐구의 소슬한 여정"으로 평가했다.
이태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말이 잠 깨는 절을 찾아 빈 마음으로 걸어가리리고 했던 등단 소감 한 구절이 새삼 생각난다. 그 초심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저버리지는 않으려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태수 시인은 1947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22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한국가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한 한국 시단의 원로 시인이다.
yrk5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