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박지원 의원의 '비핵화 3단계론'과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 3단계론'

기사입력 : 2025년02월24일 06:50

최종수정 : 2025년02월24일 16:44

북핵 인정-NPT 복귀·사찰-북미 수교 '3단계론'
국제정세와 비확산체제 무시한 위험한 구상
문재인 정부 '실패한 대북접근법'에 근거한 인식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탄핵 정국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지자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정치권, 전문가들의 해법이 쏟아져 나온다. 북한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사안은 정치적 차별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국가 안보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사회적 담론이 활발히 펼쳐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중에는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비현실적이거나 위험한 것도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한반도평화포럼에서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3단계론'도 그 중 하나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박 의원은 ▲1단계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2단계에서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재가입하도록 유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통해 핵을 동결한 뒤 ▲3단계에서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 및 북·미 수교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핵무장론으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이야말로 핵무장론 못지않게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데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1단계 '북한 핵보유국 인정'부터 문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의 핵보유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을 불법적으로 소유하고 유지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다면 북한이 핵을 없애야 할 이유가 없다.

북한을 NPT에 복귀시키고 IAEA 사찰을 받도록 한다는 2단계도 황당무계하다. NPT는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무기, 핵기폭장치를 제조하고 폭발시킨 5개국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NPT에 가입해 핵기술을 전수받은 뒤 탈퇴한 나라다. NPT 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또한 IAEA의 사찰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에 부과된 의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면서 IAEA의 사찰을 받게 한다는 것은 한국이 국제비확산 체제를 마음대로 뜯어고치겠다는 말과 같다.

3단계에서 거론한 '미국의 북한 제체보장'도 현실적이지 않다. 이미 북한은 국제사회가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유엔 가입국이다. 박 의원이 말하는 체제보장은 미국이 북한 정권을 위협해 붕괴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인 듯한데, 그런 체제 보장은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국가의 체제 붕괴는 대부분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지는 내부 요인으로 발생한다. 미국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안전 보장일 테지만, 그것은 체제 유지의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북·미가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북한의 독제체제 유지에는 더 유리하다.

박 의원의 3단계론은 '비핵화를 통한 평화'가 아닌 '평화를 통한 비핵'을 주장한 문재인 정부의 북핵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를 북핵 문제의 맨 앞에 놓으면 문제가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앞세워 상호 신뢰를 먼저 쌓는다면 핵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말기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비핵화 우선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비핵화를 제쳐두고 안전보장을 위한 신뢰의 틀을 먼저 만들어 북한의 핵을 '불용(不用)의 핵'으로 만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한반도형 협력안보 모델'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당시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은 위에 말한 것과 같은 비현실적 요소 때문이었다. 트럼프 1기 북·미 협상이 실패한 것도 미국이 첫 만남에서 비핵화보다 평화체제 논의와 신뢰구축을 앞세운 '싱가포르 합의'를 해 줌으로써 협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과 무관치 않다.

핵문제를 우회해 평화 공존으로 가는 길은 없다. '핵을 눈감아 준다, 평화체제 논의로 신뢰를 구축한다,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박 의원의 비핵화 3단계론은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는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 3단계론과 다를 바 없는 탁상공론이다.

민주당은 박 의원 주장에 대해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민주당이 원로이자 북한 문제에 아직도 상당한 영향을 가진 인사다. 당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주장을 이처럼 지면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유는 만약 민주당이 다시 집권했을 때 자신들이 실패했던 모델을 다시 꺼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지, 박 의원 개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서울이코노믹포럼]김현철"신남방정책 재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최수아 인턴기자 =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초래된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경제 추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략적 안정성과 우월성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 전략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제 위기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기존의 통상 정책으로 극복할 수 없다"며 관세 협상뿐만 아니라 방위비, 조선업, 에너지 등을 총체적으로 트럼프 정부와 협상하는 신통상 정책을 제안했다. 대중국 전략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탈중국'을 선언했다. 당시 경제계와 학계는 경악하며 '탈중국은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사회는 침묵했고 결국 2023년 경제성장률 1.4%라는 수치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신남방 정책 재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자주적 신남방 정책을 버리고 한국판 인태전략이라는 종속 정책을 채택했다"며 "이제는 공급망 발상이 아니라 판매망 발상으로 바꾸는 새로운 신남방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영토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남방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을 포함해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을 대한민국의 경제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A+1,1,1'이라는 새로운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정책 외에도 대한민국 지역 전략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재활성화 ▲AI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전략 설정 ▲신기술 전략 설정 및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수출 중심 경제 모델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수출은 대한민국 경쟁력의 원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며 "새로운 글로벌 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내수 경제도 활성화시키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jeongwon1026@newspim.com 2025-04-08 12:47
사진
이완규 법제처장, 내란방조 피의자 신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방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 이 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회동을 가졌다. 이후 휴대전화까지 교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는 이 처장을 내란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방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2025.01.20 pangbin@newspim.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이 처장에 대한 내란방조·증거인멸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처장은 당시 안가 회동에 대해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며 "어쨌든 그 자리에 간 게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이 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재판관 지명을 통한 헌법기관 구성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2025-04-08 20:2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